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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테즈와 손잡고 연승 행진을 달리며 박싱 데이 기간의 피곤함도 잊었을 법하다. 그런 첼시에 이번 에버튼전은 팀이 얼마나 잘 만들어져가는지를 체크해볼 수 있는 '시험대'였다. 연승을 거둔 상대가 리즈, 애스턴 빌라, 노치리로 2부 리그 혹은 1부 리그 중-하위권 정도의 팀들이었으니, 에버튼 정도면 '격'이 다르다고 해도 무방한 셈. 시즌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토레스가 디스탱을 압도해 골을 넣었더라면 하는 시선도 있겠지만, 베니테즈 체제하의 이 선수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제외한 두 가지 정도를 짚어보고자 한다.
에버튼 = 하워드 / 베인스-디스탱-헤이팅하-자기엘카 / 피에나르(오비에도, 후36)-히츨스페르거(바클리, 후33)-오스만-네이스미스(벨리오스, 후32) / 아니체베-옐라비치
첼시 = 체흐(턴불, HT) / 콜-이바노비치-케이힐-아스필리쿠에타 / 램파드-다비드 루이스 / 아자르(모제스, 후29)-마타(오스카, 후40)-하미레스 / 토레스
경기 시작과 함께 골을 내준 첼시는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골대를 두 번이나 얻어맞았다. 이후에도 히츨스페르거-오스만의 중앙을 뿌리로 하여 좌우 측면을 뒤흔든 에버튼에 이리저리 휘말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아니체베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피에나르와 베인스가 번갈아 전진하는 식의 부분 전술에 오른쪽 측면 수비 아스필리쿠에타가 고전했고, 이 진영에서 살아 들어온 크로스에 좀처럼 주도권을 찾질 못했다. 여기에 수시로 전방을 드나들던 아니체베-옐라비치의 피지컬 싸움까지, 첼시 수비는 꽤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피에나르의 선제골 이후 옐라비치의 프리킥까지 골포스트가 아닌 골문 안쪽으로 향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전반 8분에 벌써 전광판의 스코어가 2-0을 가리켰다면, 첼시의 최근 폼이 아무리 좋다한들 그다음 결과는 마냥 낙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에버튼처럼 '조직적'으로 단단한 팀을 상대로 조금씩 살아나며 끝내 동점 골-역전 골까지 성공시켜 원정 승점 3점을 갖고 온 것은 팀 전체에 자신감을 선사한 고무적인 현상이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당장은 첼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팀과의 대진이 없지만, 그럴수록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패배를 경계할 필요도 있다.
굿바이 램파드? 이후의 대안은 더욱 심각한 문제.
이별을 시사한 램파드가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어느덧 노장 축으로 접어들며 예전만 못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램파드였다. 에버튼전 두 골로 이 선수의 가치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레전드에 대한 대우'라는 요인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램파드가 빠질 첼시는 무척 불안하다. 현재 플랫 4 앞에 배치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램파드, 하미레스, 미켈, 그리고 포지션을 변경한 다비드 루이스 정도, 이 중 미켈이 네이션스컵에 차출될 상황에 램파드마저 빠졌을 때엔 다소 참담한 결과와 마주할 우려도 크다.
중앙 수비에서 앞선으로 끌어올린 다비드 루이스는 풀어놓은 야생마 마냥 확실히 '활동량'이란 측면에서 공-수 양면에 이바지한 바가 컸다. 포지션에 얽매이는 부분이 줄어들자 종종 앞으로 나가던 기세는 더욱 강해졌고, 가끔 센스 넘치는 전진 패스에 수비적인 관여까지 훌륭히 해주었다. 다만 이 위치에 특화된 전문적인 패싱 능력까지 모두 갖췄다고 보기엔 아쉬움이 따랐다. 더욱이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 또한 아직은 부족했다.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토트넘, 아스널, 에버튼의 추격을 뿌리치고 3위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것이 첼시의 처지다.
관건은 '램파드 없는 첼시의 허리'가 얼마나 강하게 전진할 수 있느냐다. 이는 다비드 루이스뿐 아니라 하미레스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다. 활동량을 통해 볼을 직접 운반할 힘은 있는데, 세밀한 패싱 플레이로써 공격의 혈을 뚫어줄 힘은 부족하다는 소리다. 미켈이 돌아온다고 해도 이 부분에 대한 갈증은 쉽게 풀어주기 어려울 듯하다. 물론 이제 곧 열릴 겨울 이적시장에서 '대단한' 선수를 영입할 계획을 갖고 있기에 램파드에 대한 이별을 예고했겠지만, 새로운 이적생이 얼마나 '대단할' 정도로 팀에 적응할지, 그래서 기대만큼 '대단한' 활약을 해줄지에 대해서는 변수가 적지 않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