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사커넷의 칼럼니스트 존 브루인이 QPR(퀸즈파크레인저스)의 박지성(32)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박지성이 12일(이하 한국시각) 토트넘과의 정규리그 경기(0대0 무)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뒤였다.
브루인은 '해리 레드냅 QPR 감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력이 아닌 공격의 창의성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지성은 공격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선수지만, 정작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스테판 음비아보다 더 무기력한 공격을 보여줬다(Ji-Sung Park is considered an attacking player, but was yet more hopeless in that sphere than Mbia)'고 평가했다.
영국 언론의 평가도 박했다.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게 '너무 제한된 역할만 소화했다(Fairly limited role)'며 팀 내에서 가장 낮은 평점 6을 줬다. QPR 선수들은 대부분 평점 7~8을 받았다.
그렇다면 해외 언론들이 지적한 박지성의 공격력에 진짜 문제가 있었을까.
겉으로 드러난 면부터 짚어보자. 냉정하게 따지면 문제가 많았다. 이날 박지성은 4-3-3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통상 이 포지션은 공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수조율 뿐만 아니라 스트라이커, 양쪽 측면 공격수와 함께 공격에 가담해줘야 한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제이미 막키보다 오히려 득점 찬스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지성은 좀처럼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 수비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무뎠다. 그러자 QPR은 최전방까지 공을 연결해놓고도 막키와 아델 타랍이 고립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개인 돌파도 한계에 부딪혔다. 그나마 음비아의 공격 가담으로 공격 전개가 이뤄졌다. 중원을 지키던 박지성과 숀 데리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내면을 들여다보자. 박지성이 전략적 임무를 수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트넘은 22경기에서 39골을 터뜨릴 정도로 공격력이 강한 팀 중 하나다. 무엇보다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토트넘 감독은 중원 장악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론 레논, 무사 뎀벨레, 스콧 파커, 가레스 베일로 구성된 토트넘의 미드필드진은 상위권 팀들과 맞붙어도 기량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조직력이 허술한 QPR이 중원싸움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선 박지성의 수비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자신이 공격에 가담할 선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상대 공격 차단에 신경쓴 모습이 역력했다. 레드냅 감독의 주문이 그러했다면, 박지성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상대 공격 차단력이 돋보였다.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지만, 실제 그라운드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상대 공격의 물줄기를 끊어냈다. 덕분에 QPR은 토트넘에게 볼점유율에서 61%대39%로 뒤졌지만, 중원 싸움에서 버텨낼 수 있었다.
박지성의 빈약해 보이는 공격력은 해외 언론의 비난 대상이 되기 딱 좋다. 맨유 시절과 비교해 현격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공격력보다 수비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실을 빨리 직시하는 것이 남은 현역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