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달랐다. 높은 벽을 실감한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57)이 도중하차했다. 안 회장은 13일 "역부족이었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축구협회의 수장을 24명의 대의원으로 선출하는 현 제도 하에서 새로운 도전은 의미가 없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을 위해서는 투표를 행사하는 대한축구협회 대의원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복수 추천은 안된다. 안 회장은 3장의 대의원 추천서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제52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16명의 시·도 축구협회장과 8명의 산하 연맹 회장 등 대의원 24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후보 등록은 14일 오후 6시 마감된다. 김석한 전 중등축구연맹 회장(59)이 9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빅2'인 야권의 핵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67)과 여권의 정몽규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51·현대산업개발회장)는 마지막 날 후보 등록을 할 계획이다.
야심차게 도전장을 던진 '뉴 페이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51)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겉으로는 3명의 후보 추천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뒷 말이 무성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이다. 대선 당시 박 당선인의 수행단장을 맡아 끈끈한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대의원 후보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권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잡음이 있다. 윤 의원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무리수를 둘 경우 정치생명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박 당선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 변수로 남았다. 축구협회는 15일 오전 9시 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축구협회장 선거도 어느덧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다.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대의원 표는 24표에 불과하지만 각 캠프에서 '확보했다'는 표를 합하면 50표가 넘을 정도로 '동상이몽'의 살얼음판이다.
'빅2'인 허 회장과 정 총재는 1차에서 운명을 결정짓겠다는 계획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의 표(13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복수의 축구관계자의 분석을 종합하면 허 회장이 키를 잡았다. 과반에 근접한 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대의원들과 접촉하며 축구협회 지배가 아닌 시도협회, 연맹의 분권화를 통해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며 설득하고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인 정 총재 쪽에서는 현대가(家)가 전투적으로 뛰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대의원인 현대오일뱅크 사장인 권오갑 실업연맹 회장과 현대중공업 출신의 오규상 여자연맹 회장이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가 세습 논란'은 부인할 수 없는 덫이다.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시도협회장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1993년 정몽준 회장이 축구 수장에 오른 후 20년간 현대가에서 좌지우지하고 있다. 조중연 현 회장도 현대가가 뿌린 씨앗이다. 안 회장도 이날 사퇴의 변에서 "누가 되든 출마도 2번으로 제한, 8년 이상의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제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만약 '빅2'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김석한 회장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김 회장 측은 "최대 6표를 받을 수 있다"며 '빅2'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고정표는 중등축구연맹을 포함해 2~3표에 불과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결선 투표로 넘어갈 경우 투표인단이 24명인 것을 감안하면 2~3표로도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과반 확보냐, 합종연횡이냐, 축구협회장 선거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