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션' 손흥민, 그가 대표팀에서 부진한 진짜 이유

최종수정 2013-02-08 08:49

5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비샴 애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A대표팀의 훈련에서 손흥민이 질주하고 있다. 말로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1-1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던 후반 45분,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다. 반대편에서 노마크로 우리편 선수가 손을 들며 뛰어오고 있다. 당신이라면 직접 슈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할 것인가.

한국의 공격수들에게 위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패스라고 대답한다. 한국 선수들은 이타(利他)를 미덕으로 여긴다. 무엇이 골로 연결될 확률이 높은지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남을 배려하는 한국식 예절이 축구장에서도 나타난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너무 예의를 챙긴다"고 했다. 그러나 유럽 공격수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 슈팅을 선택한다. 이기(利己)가 아니다. 공격수라는 포지션이 그렇다. 직접 골을 넣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보자. 그는 한경기에도 수십번의 슈팅을 날린다. 유럽에서는 골을 넣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선수가 그랬다면. 자기만 생각했다며 난도질 당하기 십상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공격수와 유럽의 공격수는 기본적으로 마인드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손세이션' 손흥민(21·함부르크)은 돌연변이에 가깝다. 그는 한국선수지만 유럽선수의 마인드를 가졌다. 동료들에게 내주기보다는 혼자서 해결하려는 타입이다. 문전을 향한 움직임에도 거침이 없고, 슈팅과정에서도 머뭇거림이 없다. 우리가 유럽축구에서 보던 유럽선수들의 모습 그대로다.

손흥민의 다른 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성장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은 여타 한국 선수들과 달리 중학교 3학년까지 학원축구와 인연을 갖지 않았다. 아버지의 개인 교습을 받으며 성장했다. 육민관중학교에서 발군의 모습을 보이며 동북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1학년때 바로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손흥민은 한국축구만의 고유한 습성이 몸에 배지 않았다. 오히려 함부르크의 유스팀을 거치며 유럽식 훈련과 방식에 익숙하다. 유소년팀에서부터 성장해 성인팀에 데뷔한 손흥민은 외국인 선수가 아닌 독일이 길러낸 선수로 분류된다. 손흥민의 플레이가 유럽식에 가까운 이유다.

한국형 최전방 공격수는 유럽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박주영(셀타비고)이 프랑스 리그1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잉글랜드, 스페인 등 빅리그에서는 그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잉글랜드와 독일에서 실패한 이동국(전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르다. 명실상부한 함부르크의 에이스 공격수다. 올시즌 분데스리가에서 20경기 7골을 넣으며 '핫'한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움직임과 과감한 슈팅은 독일 내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벌써부터 토트넘, 첼시, 리버풀 등이 돈다발을 싸들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매번 기대속에 경기에 나서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0대4 패)에서도 단 한번의 슈팅만을 날리고 부진한 모습끝에 전반 45분만에 교체돼 나왔다. 분데스리가에서 보이던 호쾌한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다. 물론 포지션의 차이가 있다. 손흥민은 프리롤로 뛰는 함부르크에서와 달리 대표팀에서 전술적으로 제한된 측면공격수로 활약한다. 측면공격수는 수비에 대한 부담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손흥민의 대표팀 부진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한국식 축구와 손흥민의 유럽식 스타일 사이의 간극을 지적하고 싶다.

최강희 감독은 손흥민의 플레이에 대해 "손흥민의 슈팅과 드리블은 누구와 견줘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출 필요는 있다"고 평했다. 최 감독이 지적한 밸런스는 한국 스타일에 맞추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왼쪽에 포진한 손흥민이 중앙으로 드리블을 친다. 왼쪽 윙백은 그 공간으로 오버래핑을 들어가고, 최전방 공격수는 이에 대비해 문전에 침투한다. 대다수의 한국선수는 이 타이밍에 윙백에게 패스를 연결하지만 손흥민은 직접 슈팅으로 연결한다. 손흥민의 튀는 스타일로 나머지 선수들의 전술적 움직임에 균열이 오게된다. 스타일 차이는 미묘하게 타이밍이 어긋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겉돈다는 인상이 짙다.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스타일의 차이일뿐이다.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없는 한국축구의 미래다. 그가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 그만큼 경쟁력은 올라가게 된다.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한국식 스타일에 맞춰야 하는 손흥민의 노력도, 그의 스타일을 활용하기 위한 최 감독의 노력도 모두 필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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