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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 타이는 열정이었다.
K-리그 클래식 개막이 임박했다. 3월 2일 닻이 오른다. 시도민구단은 거부할 수 없는 K-리그의 운명이다. 프로축구의 한 축이다. 함께 가야 한다. 26일 경남도청에서 홍 지사를 만나 대변혁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시도민구단의 살 길이었다.
실행에 옮겼다. 추진력은 대단했다. 구단 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 16명의 기업 대표들을 재정이사로 대거 영입했다. 조만간 20여개 기업으로 늘릴 계획이다. 홍 지사는 연간 150억원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시도민구단으로선 꿈의 예산이다. "경남은 광역지자체 중에서 경제력이 서울과 경기에 이어 3위다. 3위에도 불구하고 경남은 10여년간 대접을 못 받았다. 광역단체 3위에 걸맞는 대접을 받자는 의미에서 '당당한 경남시대'를 내걸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구단 이사진을 전원 재정이사로 개편하고 지역 연고 기업들에게 지원을 호소했다. 역시 운영자금이 확보되어야 안정이 되고 존재감이 부각될 수 있다. 재정이사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적게는 1억원, 많게는 20억원의 기금을 내고 있다. 물론 축구는 돈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공은 둥글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제까지 구단을 신경썼는데 이제는 거꾸로 구단이 선수들에게 신경을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하부구조의 틀도 갖췄다. 구단을 이끌 새로운 선장도 영입했다. 40년 일선 경영 노하우를 선택했다. 안종복 사장이다. 그는 축구판에선 '대쪽'으로 통한다. 대우 로얄즈 단장에 이어 시민구단인 인천의 초대 사장을 지냈다. 안 사장은 국내 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의 흑자 경영을 이끌었다. 홍 지사는 "구단의 목표는 흑자운영과 성적인데 도민구단은 기업구단과의 경쟁에서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프로축구 최고경영 실적을 갖고 있는 안종복 사장을 영입했다. 기업구단과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구단 운영의 전권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도민속으로 발걸음 옮기다
경남 지역은 축구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하다. 뛰어난 선수들도 많이 배출했다. 전·현직 축구대표 선수만 합쳐도 50여명에 이른다. '아시아 최고 수비수' 김 호와 김호곤, '컴퓨터 링커' 조광래, '캐넌슈터' 김종부,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 박창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한국을 빛낸 박상인, 중국의 히딩크 이장수, 경남FC의 초대 사령탑 박항서…. 한국 축구의 산역사들이 모두 경남 출신이다.
하지만 구단은 빈약했다. 지난해 시도민구단 가운데 최고의 성적(FA컵 준우승, 스플릿시스템 그룹A 생존)을 거뒀지만 팬심은 얻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이 2331명으로 16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였다. 홍 지사는 "경남은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한국 축구의 산실이다. 경남FC는 도민들의 정성이 모아져 창단된 도민구단이다. 도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드려야 한다. 최저 관중은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했다.
옷을 갈아 입는다. 구단의 슬로건은 '도민속으로'다. 경남은 18개 시군으로 이뤄져 지역이 광범위하다. 그동안 경기는 창원에 한정돼 있었다. 실질적인 도민구단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홍 지사의 철학이다. "결국 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팬이다. 지금까지 프로구단들은 우리가 장을 펼쳐놓으니 오라는 식으로 팬들을 대했던 것 같다. 이제는 팬이 우선이고 또 도민이 주인인 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주경기장은 창원 축구센터지만 경남도민 모두가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안배를 해야한다. K-리그 클래식의 경기장 기준에 부합하는 곳이 진주, 밀양, 양산, 거창, 함안 정도로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 시군의 작은 경기장에서도 친선경기 등을 유치해서 많은 도민들이 질 높은 프로축구 경기를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이다."
홍 지사는 3월 10일 홈 개막전에 김 호 조광래 김종부 등 경남 출신 레전드들을 초대했다. 왕년의 스타들은 여고생들과 친선경기를 하며 색다른 기쁨을 선사할 계획이다. 이들에게 공로패도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도지사를 떠나 경남 출신의 자연인으로서 모든 도민들이 축구를 통해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도민속으로'는 결국 지역밀착 마케팅이고 선수 하나하나가 봉사하며 희생해야 팬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도민들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구단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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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는 '돌직구' 스타일이다. 걸쭉한 입담에는 꾸밈이 없다. 그는 구단주지만 홈경기마다 표를 사 입장할 것이라고 했다. 구단에 도움을 주는 스폰서들을 위해서는 경기장 한켠에 '와인 바'를 설치, 소통의 통로로 활용할 예정이다.
한국 프로축구는 위기다. 관중 감소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기업과 시도민구단의 갭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초보 구단주' 홍 지사에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물었다. 그는 한 밤중에 벌어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종종 시청한단다. "우리 축구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슬로비디오처럼 한템포 느린 점이다. 잉글랜드, 스페인 축구를 보면 슈팅, 패싱이 우리보다 한템포 빠르고 정확하다. 그들의 반사신경은 반복 훈련을 통해 나온 기술이다. 피땀 흘린 연습의 결과다. 우린 스타가 되면 게을러지고, 딴 데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 프로정신이 없는 것이다. 우리 구단은 선수들이 프로답지 못하면 계약을 안할 것이다. 무조건 경기가 재미있어야 관중이 온다. 유럽처럼 빠른 패스와 경기속도가 팬들을 즐겁게 한다. 정말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해야 한다."
홍 지사는 올시즌 흥행도 상위권, 성적도 상위권을 기대했다. 그는 "시도민구단들이 다 어렵다고 한다. 경남이 롤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경남도청에서는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김형범과 새로운 외국인 선수 보산치치와 스레텐의 입단식이 열렸다. 그는 선수들에게 일일이 유니폼을 입혀줬다. '덕담'도 건넸다. 구단주의 행보로는 이례적이다. 홍 지사는 김형범을 향해 "공 오래 갖고 있지마라. 혼자 다 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데이. 그러면 또 다친다. 다치지 말고 열심히해라. 한 방 보여 줄거제"라며 웃었다. 보산치치에게는 "이름이 아름답네, 이름으로 스타되겠다", 1m91의 스레텐을 보고는 "무지하게 크네"라며 웃었다.
정이 넘쳤다. 생동감이 흘렀다. 경남의 전성시대는 열리고 있었다.
창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