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vs 무리뉴 '나니의 퇴장'이 갈랐다

기사입력 2013-03-06 11:11


ⓒ 맨유 페이스북 캡처

'지금 잠이 옵니까?'. 맨유-레알의 12-13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중계 화면에 등장한 앙증맞은 자막이 하프타임을 노려 대뇌의 전두엽까지 전해지려던 새벽잠을 모두 깨워놓았다. 전반전도 흥미진진했지만, 후반전에 비할 것은 아니었던 경기. 남은 45분은 두 팀이 치른 1, 2차전 통틀어 가장 격렬한 순간을 담아냈고, 수많은 변수 속 퍼거슨 감독 대신 무리뉴 감독이 8강행 티켓을 얻는 것으로 이번 전쟁은 막을 내렸다. 두 감독은 여러 '카드'를 제시하며 격변하는 흐름에 맞섰는데, 이번 승부를 가른 건 그 무엇보다도 심판이 꺼내 든 나니의 '레드 카드'가 아니었나 싶다.

급할 것 없었던 퍼거슨, 완벽했던 맨유 수비.

베르나베우에서 원정 골까지 뽑아내며 1-1 무승부를 이루고 온 맨유다. 경기를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은 퍼거슨 감독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었고, 골이 절실했던 무리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오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라는 의중을 내비쳤으나 현실은 그렇질 못했다. 팀의 무게 중심을 아래에 놓은 뒤 상대의 지공이 이어질 때엔 중앙선 아래로 밀집해 기본 대형을 꾸린 맨유. 이를 뚫어내야 했던 레알은 시작부터 4~5명 이상을 꾸준히 중앙선 위로 올려 공격을 진행했고, 볼을 빼앗긴 이후에도 곧장 전방 압박에 들어가며 득점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수긍이 갔다. 호날두에게 치고 달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까지 볼 점유율과 공격의 주도권을 얻는 건 무의미했을 터. 게다가 지난 1차전처럼 코엔트랑까지 전진했을 땐,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던 맨유로선 달갑지 않은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다. 이러한 스타일 속 퍼거슨 감독이 택한 '호날두 봉쇄법'은 긱스였다. 지난 1차전에서 루니-필 존스-하파엘로 이뤄지는 삼각형 안에 호날두를 가두려 했던 맨유였음을 감안하면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긱스의 존재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부지런히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몇 차례의 태클까지 선보인 긱스의 수비력에서 40대의 느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맨유가 레알의 펀치를 막기 위해 바짝 웅크려 가드만 올리고 있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기본 밸런스를 수비 쪽에 맞췄기에 레알에 비해 적극성에서는 떨어졌을지 몰라도, 4명 안팎을 올려보내 풀어나간 공격은 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느 때에 비해 파괴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반페르시지만, 웰백의 쇄도를 활용했던 그의 연계는 빛났다. 게다가 나니와 긱스의 측면도 어느 정도는 힘을 실어줬으며, 코너킥 상황에서 골 포스트를 때린 비디치의 헤딩 슈팅도 레알을 흔들어놓은 요소였다. 더없이 효율적인 경기를 이어오던 맨유는 후반 3분 라모스의 자책골까지 얻어냈고, 이렇게 레알과 스페셜 원은 가라앉는 듯했다.

나니의 퇴장, 소용돌이가 몰아친 올드 트래포드.

누가 봐도 맨유에 유리한 시나리오로 흘러가던 상황, '나니의 퇴장' 변수가 나올지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 퇴장이 나온 시점은 후반 11분이었는데, 맨유의 고비는 그로부터 20분 안쪽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대일 대결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보니 한 명이 퇴장당했다고 하여 당장 수적 우세를 누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수비 진영에 공백이 생겨 교체에 따른 긴급 수혈을 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고, 맨유가 경기에 임했던 기본적인 색깔과 전반전에 보여줬던 수비력이 살아있었던 터라 이대로 70분 대에 접어든다면 조급해진 레알도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으리란 예상이다.

하지만 나니의 퇴장 직후 무리뉴 감독의 간택을 받은 모드리치 카드가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비형 미드필더 케디라를 오른쪽으로 보내고, 외질과 함께 알론소의 앞선에 자리한 모드리치는 개인 능력을 가득 담은 중거리 슈팅으로 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또, 동점골을 내준 뒤 다소 뒤숭숭한 시간대를 보내던 맨유 진영으로 각종 연계를 돕는 전진 패스를 끊임없이 제공했고, 결국 3분 뒤엔 호날두가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후반 11분부터 23분까지, 단 '13분' 동안 몰아친 강력한 소용돌이가 올드 트래포드를 빠져나갔을 때, 무리뉴 감독은 외질 대신 페페를 투입하며 유리한 고지를 더욱 견고히 다졌다.


이제 남은 것은 퍼거슨 감독이 던진 극강의 승부수뿐. 원정 다득점 원칙 탓에 두 골이나 필요했던 맨유는 모험심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고, 루니를 투입해 반페르시 원톱에 루니-캐릭-긱스-웰백의 전형을 구축했다. 또, 수비진에 4~5명 정도만을 남겨놓는 위기를 감수하면서 에쉴리영과 발렌시아까지 투입해 적극 골을 노렸으나, 상대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은 이들의 8강행을 막았다. 10년만에 재격돌한 맨유-레알, 호날두를 사이에 끼고 펼쳐진 퍼거슨-무리뉴 감독의 지략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두 팀의 승부는 결국 '나니의 퇴장' 변수로 갈린 채 막을 내렸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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