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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본 자가 잘 먹는다고 했다. 챔피언스리그도 가본 팀이 잘 가는 것이고, EPL 생존도 해본 팀이 잘하는 법이다. 이른바 '챔스 본능' 아스널과 '생존 본능' 위건의 피할 수 없는 '본능 대결'은 아스널의 4-1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팀 역사상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쥔 위건은 FA컵 우승으로 만치니에게 작별을 고했고,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위건을 향한 축하 메시지를 띄운 아스널은 37라운드 승리로 위건에 작별을 고했다. 두 팀의 '본능'이 절절히 느껴졌던 90분 경기 되짚어보자.
전반 10분에 실점을 내주긴 했어도, '생존왕'이 이대로 무너지면 재미없지 않은가. 초반부터 상대를 중앙선 아래로 몰아넣었던 아스널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위건의 '생존 본능'도 꿈틀대기 시작한다. 지난 주말, '탈곡기' 마냥 맨시티의 측면을 탈탈 털어댔던 맥마나만을 향한 볼 투입이 많았고, 선수 본인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며 돌파를 시도하곤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심각히 고민하고 제대로 준비한 듯했던 아스널을 상대로는 기대만큼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왼쪽 수비 깁스 외 공격 자원 카솔라까지 부지런히 내려와 수비 지원에 나섰고, 때에 따라 중앙 자원들까지 가담해 이를 봉쇄한 것(②). 위건엔 동점 골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1-1로 돌입한 후반전, 초반의 흐름은 13-14 시즌 두 팀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이나 중요했다. 코네가 맥마나만의 원투 패스를 통해 잡은 결정적인 찬스는 제 타이밍에 각을 좁히며 나온 슈체츠니에게 막혔고, 말로니의 굴절된 중거리 슈팅을 잡아 골망을 흔든 맥카시의 슈팅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아르테타-램지 라인이 중앙 수비 앞 공간을 확실히 잡아주지 못했을 때, 그 진영에서 만들어간 위건의 공격은 분명 위협적이었다. 뒤이어 나온 카솔라의 연속 슈팅에 로시츠키의 발을 떠난 볼은 위건의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났다. '본능' 대 '본능'의 대결은 이토록 화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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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전 중 부상으로 아웃된 맥마나만 대신 투입된 디 산토가 변수로 작용했을 때, 아스널은 챔스권 진입의 열쇠로 여긴 오른쪽 측면을 계속 공략해왔고, 그들의 투자는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에스피노자가 올라오면서 생긴 뒷공간으로의 볼 투입은 플랫 3의 측면을 담당했던 샤르너에게 속도 경쟁의 부담감을 안겨 주곤 했는데, 위건의 완패도 결국엔 여기서 시작됐다. 후반 17분, 해당 공간으로 뛰어든 카솔라는 중앙으로의 스위칭을 시도해 뛰어들던 월콧에게 낮고 빠른 크로스를 제공했고, 이것이 아스널의 팀 두 번째 골로 연결된다. 무조건 승점 3점이 필요했던 위건이 앞으로 나오면서 생긴 뒷공간은 아스널에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 됐다.
실점 직후 조금 더 버티며 안정을 취했어야 할 위건이었지만, 사흘 전 소화한 FA컵 결승전에 아스널 공격진의 쉼 없는 스위칭까지 겹쳐 수비진의 체력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카솔라의 헤딩이 흐르던 장면에서 오프사이드 라인이 깨지자 포돌스키는 세 번째 골을 터뜨렸고, 플랫 3 구성원인 보이스까지 높은 선까지 올라가 공격에 가담했 때엔 램지가 독주를 통해 네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공격적인 전진과 뒷공간의 노출이라는 '모' 아니면 '도'인 상황에 부닥친 위건은 결국 카솔라의 도움 4개로 '백(back) 도'를 맛봤고, 해마다 이맘때면 '위건의 계절'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승률과 기막힌 생존으로 볼거리를 제공했던 그들은 FA컵 우승을 뒤로하고 EPL 무대에서 떠나게 됐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