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처럼 감독 이동으로 뜨거웠던 여름이 또 있을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맨유는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데려왔고, 첼시도 조제 무리뉴 감독과 재혼에 성공했다. 맨시티는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을 떠나보낸 뒤 칠레의 명장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을 선임했고,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바이에른 뮌헨에는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했다.
명장 욕심이라면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레알 마드리드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그토록 원했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 지휘봉을 건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에 실패한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5월 각종 불화설에 시달리던 무리뉴 감독이 팀을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입 1순위는 안첼로티 감독이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안첼로티 감독의 오랜팬이었다. 지난 2009년에는 안첼로티 감독 영입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이 첼시를 선택하며 물거품이 됐다. 4년이 흐른 뒤 마침내 페레스 회장은 안첼로티 감독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파리생제르맹이 로랑 블랑 감독과 계약을 하자마자 곧바로 안첼로티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명장 중 한명이다.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프랑스 리그1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도 두 차례나 들어올렸다. 트로피 수에서 전임 무리뉴 감독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안첼로티 감독은 점잖은 사람이다. 무리뉴 감독이 '선동가'라면 안첼로티 감독은 '평화주의자'에 가깝다. 안첼로티 감독은 선수들이나 클럽의 경영진과 충돌을 빚지 않는다. 안첼로티 감독은 명문 클럽을 이끄는 동안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없다. 까다로운 실비오 베를루스쿠니 AC밀란 구단주와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 아래서도 묵묵히 업무를 수행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안첼로티 감독의 부임으로 다시 '귀족적' 이미지에 걸맞는 팀컬러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안첼로티 감독이 구사할 축구에 쏠린다. 안첼로티 감독은 개혁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기 보다는 맡은 팀의 스타일을 존중한다. 때문에 대대적인 변화 대신 기존의 4-2-3-1 포메이션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술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첼로티 감독은 기술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패싱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를 중용한다. 메주트 외칠, 루카 모드리치에 이스코까지 가세한 레알 마드리드에는 안첼로티 감독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 즐비하다. 무리뉴 감독의 수비적인 축구에 불만을 품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안첼로티 감독의 공격축구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잔류와 '제2의 호날두'로 불리는 가레스 베일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트넘은 베일을 절대 놓아줄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원하는 선수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9000만유로라는 어마어마한 이적료가 붙었음에도 영입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만약 호날두와 베일 양 날개가 구축된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은 지금보다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 공격수는 다소 변수가 있다. 곤살로 이과인의 아스널행이 가까워지면서 남아 있는 스트라이커는 카림 벤제마 뿐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에딘손 카바니(나폴리)와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웨인 루니(맨유)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몸값도 만만치 않다. 베일의 영입을 노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드필드와 수비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파엘 바란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세르히오 라모스도 건재하다. 무리뉴 감독과의 갈등으로 주전자리에서 밀려난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도 무난히 주전자리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적시장에서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어쩌면 그들이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은 그토록 원했던 안첼로티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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