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효 매직' 앞에 '서울 극장' 없었다.

기사입력 2013-08-08 13:23



홈 팀 서울은 지난 3월 인천전 패배 이후 15경기 홈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 원정 팀 부산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역사상 첫 승리를 챙겼다. 경기 막판 하대성이 추격 골을 터뜨리며 어김없이 '서울 극장'의 슬그머니 고개를 빼드나 싶었으나, '성효 매직'으로 두 골을 터뜨린 부산의 기세를 끝내 뒤집지는 못했다. 그렇게 FA컵 4강의 한 팀이 정해졌다.

이번 대결을 대하는 두 팀의 자세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연이은 K리그클래식 일정에 ACL 알 아흘리 원정을 앞두고 있고, 여기에 동아시안컵 및 페루전으로 대표팀 차출까지 겹친 서울은 한숨 돌리는 선택을 했다. 팀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방안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수비진 외엔 서브진을 여럿 기용하며 변화를 줬다. 반면 부산은 또다시 정면승부였다. 현재 승점 31점으로 7위인 윤성효 사단은 상위스플릿 진입을 두고 치를 8위 제주(29점), 9위 성남(27점)과의 싸움이 꽤 부담스러웠을 터. 그럼에도 파그너를 제외한 나머지 열 자리에 지난 주말 경남전 완승의 라인업을 그대로 활용하는 강수를 뒀다.

이렇게 시작된 승부를 가른 건 부산의 '탄탄한 수비력'이었다. 이들은 수비진 개인의 능력이 출중한 것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아주 영리하게 조직적인 압박을 가했고, 이러한 효력이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노란색으로 표기한 진영이었다. 중원을 구성한 박종우-김익현 라인은 어땠을까. 공-수에 있어 고른 능력치를 지닌 두 선수는 측면 쪽으로 넓게 벌리는 횡패스나 서울 수비 뒷공간을 흔드는 종패스를 적극 시도하곤 했는데, 그보다 인상 깊었던 건 중원에서의 '성실함'이었다. 명품 태클을 포함 어느 정도 정평이 나있던 박종우의 수비력은 물론,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를 높이며 서울의 공격 템포를 철저히 방해한 김익현의 플레이도 굉장했다. 또, 임상협과 파그너 두 윙어의 헌신적인 수비 가담 덕에 위험 진영으로 접근하는 서울 공격진을 꾸준히 견제할 수 있었다.

이들이 앞 선에서 서울의 공격 전개에 훼방을 놓는 만큼 장학영-이경렬-박용호-박준강의 플랫 4는 자리를 선점해 전열을 가다듬으며 수비에 임할 수 있었다. 상대 공격 템포가 떨어져 지공 상황으로 넘어갔을 때, 미드필더 라인선과 수비 라인 사이를 좁혀 밀폐된 공간을 만든 부산은 그 누구라도 질식시킬 기세였다. 지난 6월 23일 두 팀이 맞붙었을 때에도 이런 수비력에 힘을 못 쓴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데얀을 투입하며 변화를 만들어냈는데, 이번엔 부상으로 쉰 데얀의 연계도 그리 빛나지 못했다. 하대성이 빠진 중원에서 시작되는 전진 패스의 빈도나 질이 그리 높지 못했고, 중앙-측면을 오가며 공격을 만들어나가야 할 에스쿠데로와 고광민도 크게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이렇듯 경기 막판 볼 처리 실수로 내준 골을 제외하면 부산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다.


탄탄한 수비를 꾸린 부산은 공격에 큰 투자를 하진 않았다. 박종우-김익현가 뿌린 볼을 차지하기 위해 임상협과 파그너가 중앙으로 들어오며 숫자를 늘리려 했고, 윤동민과 윌리암이 폭넓게 움직였으나, 공격에 쏟은 땀은 딱 그 정도였다. 양 측면 수비가 오버래핑을 자주 나간 것도 아니었으며, 중앙 미드필더가 공격에 깊숙이 관여한 것도 아니었다. 그 결과 볼 투입은 되는데, 이후의 연계 플레이는 만족스럽지 못한 장면이 반복됐다. 아디-김진규의 일대일 능력이 출중한 것도 있었고, 데얀 아래 몰리나 혹은 윤일록 같은 자원을 배치하는 대신 한태유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한 최용수 감독의 노림수도 어느 정도는 통했다는 생각이다. 최 감독은 토너먼트 경기에서 '한 골 승부'에 대비해 아디나 한태유를 중앙 수비 앞에 두는 4-3-3 시스템을 종종 활용하곤 했다.

부산이 총공세를 주저한 데엔 서울의 역습을 염려한 부분도 있었을 터. 실제 전반 초반 부산의 공격이 종료된 지점에서부터 빠르게 전환해 슈팅으로 마무리까지 지은 서울의 공격은 간결하면서도 위협적이었다. 특히 고명진, 고광민, 에스쿠데로 같은 자원들이 치고 나올 템포는 상당한 부담이다. 그런데 참 골치 아픈 건 수비에만 치중할 수도 없었던 부산의 처지였다. 최소한의 공격을 하며 수비에 무게를 둔 이들의 문제는 체력 한계치에 빨리 도달할 수 있었다는 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은 라인업으로 일주일 동안 수원, 부산, 서울을 오간 이들은 방전될 우려가 컸다. 이는 열흘 동안 대구-강릉-대전-부산을 순회했던 7월 초, 강원과의 FA컵 16강전에서 이미 나타난 문제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에 0-0으로 연장에라도 돌입할 경우 주말 성남전이 위험할 수 있었다.

'성효 매직'은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에 강림한다. FA컵 우승트로피 들려다 자칫 리그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던 부산의 기다림은 후반 중반에 드디어 통했다. 확실한 때가 아니라면 서울 진영으로 최소한의 공격 숫자만 투입해 승부수를 던질 타이밍을 엿보던 이들은 중원에서 볼을 돌리다 한 번에 서울 수비의 뒷공간을 찔렀다. 주로 윤동민을 이용했던 공격 루트가 파그너에게 변칙적으로 적용됐을 때, 이 선수의 더없이 안정적인 볼 키핑과 구석을 찌르는 선제골에 서울은 휘청했다. 또, 한지호가 뒷공간을 침투하던 중엔 김치우의 퇴장과 PK까지 이끌어냈고, 박종우가 두 번째 골로 연결했다. 불과 5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경기 막판 하대성이 추격골을 쏘며 '서울 극장'을 여는 듯했으나, '성효 매직' 앞엔 장사 없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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