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무승' 홍명보 감독, 그래도 타협은 없다

기사입력 2013-08-14 22:15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페루와 친선 경기를 했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치고 있다.
수원=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8.14/

동아시안컵이 첫 무대였다. 호주와의 데뷔전, 중국과의 2차전에선 득점없이 비겼다. 한-일전에서는 1대2로 패했다.

동아시안컵을 마친 홍명보 A대표팀 감독에게 분명, 첫 승은 절실했다. 그 또한 누구보다 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홍 감독은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첫 승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이라면 비난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다.

두 번째 무대에서도 승리는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강호 페루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뒀다. 데뷔 이후 4경기째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2000년 이후 대표팀 감독으로 데뷔한 뒤 최다경기 연속 무승 행진을 벌인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동색이었다. 그러나 이런 오명도, 다시 첫 승을 얘기할 주변의 얘기도 홍 감독을 흔들지는 못 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여전히 실망하지 않았다. 눈앞의 승리에 연연하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은 확고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선택했다. 페루전을 앞두고 밝힌 "내년 5월 최종선발까지 선수들을 경쟁을 시킬 것이다. 선수들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라는 말은 유효했다.

그의 고지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그 전까진 승패보다는 실험이 우선이다. 승리하면 두 말할 것 없이 좋지만 패하더라도 '보약'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도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과에 신경 안쓰면 말이 안된다. 경기 결과도 물론 신경이 쓰인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결과가 말해준다. 대표팀 경기 결과가 계속 부진하면 팬들의 신뢰를 잃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팬들의 신뢰가 중요한지 결과가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둘 다 중요하지만 난 선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결과와 내용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건 내 몫이다. 우리 선수들하고는 상관 없다. 이 시점에서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선수들과의 신뢰 관계를 쌓는 일이다." 홍 감독다운 발언이다.

지난해 런던올림픽도 그랬다.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동메달의 환희를 선물했지만 과정은 눈물겨웠다.

그리고 본선에 올랐다. 북중미의 멕시코(0대0 무), 유럽의 스위스(2대1 승), 아프리카의 가봉(0대0 무), 축구종가 영국(1<5PK4>1 승)을 차례로 따돌렸다. 올림픽 첫 4강의 문이 열렸지만 브라질에 0대3으로 패하며 주춤했다. 위기였다. 3~4위전의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었다. 승부처에서 그는 환희를 연출했다. 일본을 2대0으로 격파하고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세계가 또 놀란 이변이었다.

홍 감독은 목표가 서면 타협하지 않는다. 페루전 무득점과 무승부는 그의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할 것이다. 그는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승부수를 던졌다. 여론으로부터 난타를 당할 수도 있지만 최후에 웃겠다고 선언했다. 첫 승보다는 실험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홍 감독의 실험은 계속 될 예정이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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