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전훈' 히딩크-홍명보, 닮은 듯 다른 행보

기사입력 2014-02-03 07:45



묘한 데자뷰다.

홍명보호가 4주간 시행한 브라질-미국전지훈련을 마쳤다. 국내파와 J-리거들로 치른 전훈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멕시코와 미국에 완패를 당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 홍 감독은 멕시코전 참패로 인해 '사대영'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었다.

12년 전이 떠오른다. 그때도 1월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국내파와 J-리거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북중미 골드컵에 참가했다. 히딩크호는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의 부진에 이어 4위에 그쳤다. 실제 순위는 4위였지만 전체 성적표는 1승2무3패였다. 매경기 무기력한 경기가 반복됐다. 팬들과 축구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3~4일 간격으로 실전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파워프로그램으로 불린 피지컬 트레이닝을 이어나갔다. 홍명보호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에서 일주일간 체력훈련을 진행했다. 미국으로 건너온 후 3~4일 간격으로 평가전을 치렀다. 미국에서도 LA, 샌안토니오 등을 이동하며 시차, 기후 등으로 고생해야 했다. 힘든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시절에는 유럽파가 안정환 설기현 뿐이었다. 당시 차출된 멤버들이 주축들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거센 비난을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려갈 선수들을 모두 데려가놓고 베스트11 구축하는 대신 체력훈련에 힘을 쏟는다'는 악평이 이어졌다.

홍명보호는 다르다. 유럽파가 팀의 핵심이다. 이번 전훈 명단에서 브라질행이 유력한 선수는 김신욱 이근호 이 용 김진수 정성룡 김승규 이범영 정도다. 홍 감독 스스로도 엔트리의 80% 정도를 구축했다고 했다. 이번 전훈에서의 부진이 홍명보호 전체에 대한 평으로 이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위르겐 클린스만 미국 감독도 "유럽에서 뛰는 한국의 핵심선수들이 빠진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이 완벽한 전력을 갖춘다면 월드컵을 잘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의 마이웨이가 어떤 결말로 이어졌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1월 전훈에서 실시한 피지컬 훈련은 4강 신화의 일등공신이 됐다. 선수들은 강철같은 체력과 몸싸움으로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홍 감독 역시 이번 전훈을 두고 이어지는 부정적인 평가에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그는 "평가전에서 패한 것 외에는 아쉬운 것이 없다"며 "월드컵 본선에 가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사실이다. 홍명보호는 브라질 전훈을 통해 현지의 상황을 정확히 알게됐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짧은 기간 동안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닮은 듯 다른 홍명보와 히딩크 감독의 1월 보내기. 결말은 6월달에 알 수 있다. 평가는 그때해도 늦지 않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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