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산타클로스?", 강원 알툴 감독의 폭설 적응기.

기사입력 2014-02-07 09:48


유투브 캡처

'북동쪽에서 불어온 습한 바람'과 '높디높은 태백산맥'의 충돌이 만드는 2월의 폭설. 강원FC의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강릉은 늘 직격탄을 맞았다. 2009년 홈 개막전 당시 강릉 종합운동장을 찾은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눈밭에서 아브라카다브라 춤을 춘 것은 전설로 남았고, 이후 3월 초에는 홈 경기를 잡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포근한 날씨를 보이겠으나, 어제부터 눈발이 몰아친 영동 지방에는 최고 60cm의 폭설이 쏟아지겠다."며 금일 예보를 전했다.

영화 <겨울왕국>이 이토록 어울리는 도시도 없다. 'Let it go, Let it go'가 절로 나오던 어제(6일) 오후 2시 30분, 강원 클럽하우스 앞 인조잔디 구장에서는 강원FC와 강릉시청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경기가 아니다. 강릉종합운동장의 한 지붕 아래 불편한(?) 동거 중인 두 팀의 대결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연례행사. 이마저도 각각 다른 리그에 속한 이들의 동계 전지훈련 일정이 어긋날 때면 성사되기 어려운 '귀한 경기'다. 분위기 묘한 신경전 속에서 튀는 불꽃은 어느 라이벌 더비 부럽지 않다.

벤치도 뜨겁긴 마찬가지. 지난 연말, 강원의 지휘봉을 잡은 알툴 감독은 "상대는 오랫동안 함께 온 팀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막 동계 훈련의 첫 단계를 시작했다."면서도 지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통역관을 통해 퍼지던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피치를 향해 직접 한국어로 소리쳤다. "짧게 연결해! 짧게 패스해!". 하지만 눈이 쌓여간 운동장 사정은 좋지 못했고, 짧은 패스가 흐르기엔 필드 플레이어가 갖는 유기적인 움직임도 부족했다. 조엘손이 PK로 한 골을 뽑아낸 데 그친 강원은 강릉에 1-2로 패했다.

두툼한 외투를 여미던 알툴 감독은 "여러 기후에서 일해 추위에 적응하는 데도 큰 무리는 없다. 그런데 눈은 정말... 2월인데도 산타클로스가 올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저 축구 좋아하는, 인상 좋은 할아버지였던 그가 경기 얘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피치 사정이 좋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선수들의 철학과 나의 철학을 버무리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전술 훈련도, 자체 청백전도 진행하지 못한 터라 변화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폭설에도 큰 걱정은 없었다. 10일 터키 안탈리아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강원은 눈삽 및 넉가래와 잠시 떨어져 지낸다. 과연 그곳에서 어떤 그림을 갖고 돌아올까. 너도 나도 스페인식 축구, 독일식 축구를 말하는 요즘, 알툴 감독은 "쉽게하는 축구. 그거면 된다. 패스 하나가 쉬워지면 운동장에서 하는 게임 전체가 쉬워진다."며 본인의 철학을 풀어냈다. 그에게 3월 개막 즈음 다시 만나자고 했다. 작별 인사와 함께 돌아온 마지막 한 마디.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기대하고 와라".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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