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전북전 승리가 갖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 초반 흐름이 좋지 않았던 2014년 K-리그 클래식 뿐만 아니라 치열한 16강 경쟁 중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황선홍 감독의 과감한 노림수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포항에게 전북전은 올 시즌의 판도를 가를 승부였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지난 8일 리그 개막 이후 전북전 전까지 주중과 주말을 오가며 5연전을 치렀다. 베스트11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황 감독은 "초반 흐름이 전체 판도를 좌우한다. 3월에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승부수를 띄웠다. ACL에서는 1승2무로 순항했으나, 리그에선 초반 2연패 뒤 수원전에서 역전승 하며 뒤늦게 첫 승을 신고했다. 체력부담은 선수들의 목구멍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주장 황지수가 시즌 첫 경기부터 결장하더니 오른쪽 윙어 조찬호는 지난 수원전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진단 결과 내측인대 파열로 당장 수술해야 할 판이다. 최소 6개월 이상 결장이 불가피 하다.
수원전을 마치고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던 황 감독은 배수의 진을 쳤다. 신화용 신광훈 이명주 김승대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선수들을 백업으로 채웠다. 최강희 전북 감독조차 "2~3명만 빠질 줄 알았는데 많이 빠졌다"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중국 슈퍼리그 이적 소동을 겪은 뒤 훈련량이 적은 김형일을 비롯해 지난해 기회를 좀처럼 부여받지 못했던 배슬기, 김대호와 로테이션 중인 박희철이 수비라인에 섰다. 여기에 손준호 문창진 이광훈 등 신인급 선수들과 지난 수원전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 유창현이 나섰다. 이동국 등 최정예를 앞세운 전북의 힘에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포항이 선제골을 내줄 때만 해도 그대로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항은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잇달아 3골을 쏟아 부으면서 전주성을 침묵시켰다.
전북전을 통해 포항은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 극에 달한 주전 체력 부담을 털어냈고,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됐던 백업 선수들의 힘도 확인했다. 여기에 수원전에 이어 또 다시 역전승을 일궈내면서 '더블(리그-FA컵 동시 우승)'의 힘을 재확인 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포항이 정상에 설 수 있던 무기였던 빠른 패스와 스피드를 앞세운 축구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열심히 해줬다. 어려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서 기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미소를 보였다. 또 "어린 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한게 소득"이라며 "경기 수가 많아서 신인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백업 자원이 활약에 따라 시즌 성패가 갈린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고 나는 확신을 품게 됐다. 선수 운영의 폭이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좋았던 흐름을 선수들이 찾아가고 있다"고 내다봤다.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은 절대 1강을 허락하지 않았다. 포항의 대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