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경남의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30분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이재성. 사진제공=전북 현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죽음의 조'를 통과한 전북이 이번에는 K-리그 클래식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전북이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클래식 10라운드에서 경남에 4대1로 대승을 거뒀다. 전북은 올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울산전, 전남전에 이어 3연승을 질주했다.
지난 두 달간, ACL과 클래식을 병행하느라 주전들의 체력 저하가 심해지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4월 초부터 전략을 바꿔 '내용'보다는 '결과'를 얻는데 집중했다. 승리에도 만족감은 덜했다. 불안한 행보가 이어졌다. 경남전은 달랐다. 패싱 플레이와 강한 압박, 파괴력 넘치는 측면 돌파 등 전북의 장점을 앞세운 경기로 내용과 결과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공격수들이 움츠렸던 어깨를 폈다. 레오나르도가 왼측면 돌파로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했고, 이상협과 카이오는 활발한 몸놀림으로 페널티킥을 한 개씩 만들어냈다. 이를 이동국과 카이오가 골로 연결시키며 대승을 견인했다.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라이언 킹' 이동국은 득점순위 공동 3위(4골)로 점프했다.
그러나 최 감독에게 가장 큰 소득은 '신인' 이재성의 데뷔골이다. 최 감독은 부상 중인 김남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윙어' 이재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시켰다. '신인들의 무덤'인 전북에서 데뷔 시즌에 주전자리를 꿰찬 이재성의 능력을 믿었다. 그는 중앙 수비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골결정력과 넓은 활동량, 수비 가담 능력이 장점이다. 최 감독은 이재성의 멀티 능력을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확인했다. 이재성은 윙어, 섀도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하며 8차례 연습경기에서 3골-2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국과 함께 전지훈련 팀내 최다 득점자였다. 그러나 막상 ACL과 리그에서는 단 1도움에 그쳤다. 최 감독은 "윙어로서 위 아래로 많이 뛰느라 지쳐서 골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면 "중앙에서 슈팅 찬스가 더 많아질 것이고 득점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이 적중했다. 이재성의 중앙 미드필더 배치는 대승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이재성은 활동량을 앞세워 중원에서 경남의 공격을 수 차례 무력화시켰다. 김남일의 수비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1-0으로 앞선 전반 30분에는 프로 데뷔골마저 성공시켰다. 이승기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터닝 왼발 슈팅으로 경남의 골망을 출렁이게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이재성은 볼 키핑이 좋은 이동국 이승기와 활발한 패싱 플레이를 전개해 전북의 공격을 이끌었다. 신인 답지 않음 침착함,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영리함은 그의 또 다른 무기다.
최 감독도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이재성이 팀플레이를 하고 공격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경기력이나 팀에 도움이 되고 활력소가 된다. 신인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첫 골을 넣었으니 훨씬 더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팀의 막내로 선배들의 사랑도 독차지하고 있는 이재성은 "선배들이 빨리 데뷔골 넣어야 한다고 했었는데 골을 넣으니 정말 기뻐해주셨다. 감사하다"면서 "감독님께서 과감하게 슈팅 때리라고 하셨는데 타이밍이 좋았다"라고 데뷔골 소감을 전했다. 시즌 전, 주목받지 못했던 신인 이재성은 요즘 전북 구단 내에서 최 감독과 선배들의 총애를 받는 '복덩이'로 통하고 있다. 경남전에서 그 이유를 증명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