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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스틸타카(스틸러스+티키타카)'와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은 K-리그 대표 브랜드다.
냉정과 열정사이
너무 빨리 깨진 균형, 냉정을 잃다
경기시작 6분만에 승부의 추가 요동쳤다. 포항의 역습 상황에서 고무열이 전북 수비라인 뒷공간으로 연결한 패스가 문전 쇄도하던 김승대에게 연결됐다. 리그 득점 1위(7골) 김승대는 침착하게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자신있게 득점을 마무리 했다. 스피드와 패스를 앞세운 포항의 전형적인 득점 패턴이었다.
전북은 조급해졌다. 이동국 카이오를 전방에 두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으로 포항 골문을 두들겼다. 스피드가 문제였다. 포항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선 더 빠른 움직임이 필요했다. 좀처럼 활로를 만들지 못하면서 포항의 역습에 잇달아 위기를 내줬다.
돌발변수는 전북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전반 35분 이명주와 최보경이 볼을 다투다 뒤엉켜 넘어졌다. 이명주의 거친 액션에 최보경은 박치기로 응수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라슈반 이르마토프 주심은 이명주에게 경고, 최보경에게 곧바로 퇴장명령을 내렸다. 흥분한 최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가 그라운드까지 들어갔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포항은 1차전에서 이미 심판 판정에 예민했던 전북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2차전서도 일찌감치 리드를 잡자 전북 선수들을 괴롭혔다. 초반 실점 뒤 '냉정'을 잃었다. 중심이 흔들린 전북의 초조함은 결국 독이 됐다.
최 감독은 후반 6분 레오나르도와 이승기를 동반출격시키며 '닥공'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포항은 조급해진 전북의 수비라인을 파고들면서 잇달아 찬스를 만들었다. 1대0, 포항의 승리 찬가 '영일만 친구'가 스틸야드의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공철증'과 '전북킬러'
이쯤되면 '공철증(恐鐵症)'이다. 이날까지 포항은 전북을 상대로 6연승을 했다. 지난해 FA컵 결승전 승부차기 승리에 이어 이날 ACL까지 중요한 승부마다 전북을 무너뜨렸다. 결승골의 주인공 김승대는 6경기 중 4경기서 골맛을 보면서 '전북 킬러'로 등극했다. 전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CL 16강에 올랐으나, 포항 징크스에 무너졌다. 또다시 아시아 제패의 꿈을 다음으로 미뤘다.
2년 연속 ACL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던 황 감독에게 8강행은 특별했다. "아직까지는 (8강행이) 실감이 안난다. 다음 상대가 정해져야 알 것 같다. 굉장히 흥미롭고 기대도 된다. 혼신의 힘을 다해 정상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힘을 모았다가 한번에 터뜨리고 싶었다. 목표가 있어야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패장' 최 감독은 "10명이 싸우면서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홈 1차전 패배가 오늘 경기까지 부담을 줬다. 포항은 8강에 갈 자격이 있었다.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선제골과 최보경의 퇴장 장면을 두고는 "두 가지 다 패인"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