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전, 어떻게 '손흥민 효과'를 볼 것인가

기사입력 2014-06-09 09:24



튀니지전에 많은 걸 부여하긴 힘들다. 출정식이란 명목으로 거창하게 포장까지 했지만, 결국엔 브라질로 가는 길목에 지나지 않는다. 시즌을 갓 마치고 돌아온 유럽파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는지, 조직적으로 얼마나 여물었는지 등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볼 부분은 많다. 중요한 건 선수 개개인이 지닌 능력치를 모두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손흥민 활용법' 역시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문제다.

튀니지전, 왼쪽 날개로 나선 손흥민은 시작부터 중앙으로 바짝 좁혀 뛴다(하단 삽화 참고 ①). 구자철이 전진해 박주영과의 투톱 체제처럼 움직이자, 본인이 직접 1선과 3선(공격진과 수비형 미드필더진)을 잇는 연결고리 위치로 들어왔다. 오버래핑에 나선 윤석영과의 측면 연계를 위해 옆줄로 접근하는 장면은 그리 자주 연출되지 않았다. 본인 역시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왼쪽 측면에 배치됐는데, 내가 자꾸 중앙으로 이동했다. 감독님께서는 측면으로 벌려서 수비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라고 말했다.

분명 가치 있는 움직임이었다. 홍명보호가 정상적인 공격 템포로 상대 진영에 진입한 건 손에 꼽을 정도. 공간을 선점한 튀니지의 진영은 이미 거미줄로 가득했고, 이를 파괴할 선택지를 좀처럼 찾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 상황에서 동료들과의 간격을 좁혀 경기에 참여하려 했다. 패스를 주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2차 움직임도 꾸준히 시도했으며, 상대 수비 시선을 끌어 동료의 슈팅 각도도 확보해주었다. 상대 윙백의 대인 마크에 잡히고, 이후 센터백까지도 상대해야 할 측면보다는 속 편한 방법일 수 있었다.

여기서 따져볼 문제는 '이것이 곧 손흥민 효과를 오롯이 누릴 방법이냐'다. 어쩌면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한 손흥민만의 생존법이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그나마 경기가 풀린 듯했지만, 이날 홍명보호는 윤석영의 길 잃은 크로스를 제외하고는 측면의 달콤함을 전혀 누리질 못했다. 상대는 양 윙백을 내려 사실상 플랫 5의 전형을 꾸렸고, 중앙만을 거치는 공격 루트로는 상대의 수비수간 간격을 넓힐 수 없었다. 박주영과 구자철이 볼 없을 때 보여준 움직임으론 상대 수비를 끌어내며 균열을 내기 어려웠고, 중앙으로 좁혀온 이청용도 역부족이었다.


손흥민의 주력, 폭발력, 득점력 모두 살리기 위해 중앙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볼을 오래 소유하고 창의적인 패스를 넣어주는 데 딱 들어맞는 선수도 아닐 터. 상대 중앙 미드필더-중앙 수비 사이로 움직이는 건 초원에서 뛰어놀 맹수를 우리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볼을 받는 것 자체가 손흥민에게 족쇄로 작용할 수 있으며, 드리블 효과 역시 반감할 우려가 크다. 대표팀 내 가장 폭발적인 선수를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용도로만 활용하기엔 홍명보호의 살림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지속적인 뒷공간 경합이 절실해 보인다(상단 삽화 참고 ②). 볼을 잡는 첫 번째 터치를 상대 골문을 향한 공간으로 해놓았을 때, 비로소 손흥민다울 수 있다. 그간의 득점 장면을 비추어봤을 때 아랫선으로 내려와 패스 루트를 늘리는 건 오히려 구자철과 박주영이 담당하고, 최전방에서 뒷공간을 부수는 라인 브레이커 역할은 이 선수가 맡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상대 수비 뒤로 볼을 투입하고 공간으로 뛰어들 경우 상대 수비 한 명을 벗겨내야 한다는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공간을 두고 스피드 경합이 펼쳐진다면 손흥민을 견제할 만한 수비수는 얼마 없다.

튀니지가 중앙선 아래로 내려섰다. 브라질에서 만날 러시아, 알제리 역시 섣불리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중앙선 지점에서 볼을 소유할 때 상대 최후방 라인 뒤로는 30m 내외의 공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성용과 한국영이 튀니지전과는 달리 볼을 지켜내고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구자철과 박주영이 간격을 유지해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흔들어줘야 한다. 그랬을 때 손흥민이 수비 시야에서 벗어나 등 뒤로 돌아 뛰는 작업이 가능하다. 이 패턴만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으나, '손흥민 무기' 없이 손쉽게 득점하리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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