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골폭풍의 비밀 '죽음의 조+브라주카+체력'

기사입력 2014-06-17 06:31


로빈 판 페르시의 멋진 헤딩골. ⓒAFPBBNews = News1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골가뭄을 걱정했다. 1998년 프랑스대회부터 2010년 남아공대회까지 경기당 평균 득점은 계속 떨어졌다. 1998년 프랑스대회에서는 2.67골, 2002년 한-일대회에서는 2.52골, 2006년 독일대회에서는 2.30골이었다.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는 64경기에서 145골이 터지는데 그쳤다. 평균 2.26골이었다. 특히 조별리그 48경기에서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2.1골에 머물렀다. 가장 골이 안터졌던 1990년 이탈리아대회 때의 경기당 평균 2.16골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다. 골폭풍이다. 16일까지 열린 11경기에서 36골이 터졌다. 경기당 3.27골이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갑자기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진검승부가 늘어났다. 보통 강호들에게 조별리그는 '워밍업'을 하는 시간이다. 몸상태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혹은 16강전 이후에 100%에 오도록 조절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FIFA는 2013년 12월 본선 조추첨을 앞두고 톱시드 배정방식을 바꾸었다. 순수하게 2013년 10월 FIFA랭킹만으로 톱시드를 배정했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이 톱시드에서 밀렸다. 강호들이 한 조에 들어갔다. 이른바 '죽음의 조'가 속출했다. 강호들이 한 조에 속한만큼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16강 대진 변수도 있다. 16강부터는 단판 승부다. 조금 더 약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조1위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격돌이 좋은 예였다. 1차전에서 맞붙은 양팀은 무조건 승리해야만 했다. 16강에서 A조 1위가 유력한 브라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양 팀은 탐색전없는 공격 축구를 펼쳤다. 네덜란드의 5대1 대승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새로운 공인구 브라주카도 공격 축구를 부추기고 있다. 브라주카는 역대 월드컵 공인구 가운데 표면을 구성하는 조각 수가 6개로 가장 적다. 조각 수가 적다보니 구(球)에 더욱 가까워졌다. 덕분에 정확성이 높아졌고 슈팅의 스피드가 빨라졌다. 실제로 5월 말 일본 쓰쿠바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브라주카가 공격축구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브라주카와 자블라니(2010년 대회 공인구) 팀가이스트(2006년 대회 공인구) 등 5개 축구공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브라주카가 초속 10~25m의 속도로 날아갈 때 받는 저항력이 가장 작게 나타났다. 저항력이 적다는 것은 같은 힘으로 볼을 찼을 때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는 의미다. 실제로 브라질의 네이마르,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우 마르키시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날린 빠르면서도 정확한 중거리슛은 모두 골로 연결됐다.

마지막으로 체력적인 부담도 공격축구를 불러왔다. 이번 대회 경기장들은 대부분 덥고 습하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체력을 유지한 팀들이 유리했다. 11경기 가운데 후반에 결승골이 터진 경기는 8경기나 됐다. 무더운 날씨에서도 체력을 유지하는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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