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가 고개를 숙였다. 고군분투했지만, 그를 도와줘야 할 동료들이 원수였다. 독일 전차군단은 '제로톱'이라는 신상옷을 차려입고 포르투갈을 유린했다. 토마스 뮐러(25·독일)는 지난 대회에 이어 '월드컵DNA'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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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월드컵 직전까지 왼쪽 다리 근육 통증과 무릎 건염으로 고생했다. 지난달 그리스전, 이달 초 멕시코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10일 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야 선발로 복귀했다. 복귀전에서 멋진 활약을 보였지만, 브라질로 넘어온 후에도 정상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호날두는 부상을 털고 당당히 독일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호날두는 독일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컨디션이 110%는 아니지만 100%는 된다"며 "무릎 통증은 이제 없다. 월드컵에서 불태울 준비가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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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이번 브라질월드컵 히든카드는 '제로톱'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카드다. 요아킴 뢰브 감독은 독일 최종엔트리에서 전문 포워드로 미로슬라프 클로제 단 한명만을 포함시켰다. 마리오 괴체, 토마스 뮐러, 메주트 외질, 토니 크로스 등과 같은 특급 미드필더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독일은 가장 중요했던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부터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뢰브 감독은 뮐러를 중심으로 외질, 괴체를 전방에 포진시켰다. 뮐러가 원톱으로 뛸 수 있는 선수지만 '넘버9' 유형은 아니다. 뮐러는 외질, 괴체와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포르투갈의 수비는 세 선수의 움직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괴체는 수시로 중앙으로 이동하며 찬스를 만들었으며, 외질 역시 찬스메이킹에 주력하지 않고 득점을 노렸다. 이들이 미드필드에 합류하며 포르투갈과의 허리싸움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독일 제로톱의 방점은 뮐러가 찍었다. 이쯤되면 뮐러는 '월드컵의 사나이'라고 부를만 하다. 그는 포르투갈전에서 3골을 터뜨렸다. 대회 첫 해트트릭이었다. 뮐러는 지난 남아공월드컵에서 5골을 터뜨리며 깜짝 득점왕에 올랐다. 가능성 있는 신예였던 뮐러는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시즌 후반기 고전했지만, 월드컵 무대가 열리자 달라진 뮐러다. 상대수비를 역이용하며 득점 위치를 포착하는 능력은 여전했다. 뮐러는 이날 3골로 단숨에 득점선두로 뛰어올랐다. 득점왕 2연패도 꿈은 아니다. 뮐러의 '월드컵 DNA'는 독일 최고의 무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