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7시(한국시각) 브라질 마나우스 아레나 아마조니아에서 펼쳐진 브라질월드컵 G조 3차전 포르투갈-미국전, 후반 인저리타임 5분이 주어졌다.
전반 5분 루이스 나니(맨유)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포르투갈은 후반 19분 미국의 저메인 존스(베식타스), 후반 36분 클린트 뎀프시(시애틀 사운더스)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1-2로 밀렸다. 섭씨 30도, 습도 66%의 후텁지근한 그라운드에서 미국은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마드리드), 나니, 에데르(스포르팅 브라가)의 슈팅은 '거미손' 수문장 하워드(에버턴)의 불꽃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19개 슈팅, 파상공세도 헛되이 역전패 위기에 몰렸다. 1차전 독일에겐 이미 0대4로 완패했다. 미국에게마저 역전패한다면 2연패로 3차전 결과와 무관하게, 짐을 싸야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16강 탈락의 암운이 드리우던 후반 인저리타임, 종료 휘슬 12초를 남기고 90분 내내 부진하던 '에이스' 호날두의 발끝이 번쩍 빛을 발했다. 왼쪽 측면을 뚫어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올린 크로스를 후반 교체투입된 실베스트레 바렐라(포르투)가 필사적인 헤딩으로 밀어넣었다. 드라마같은 동점골과 함께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미국은 다잡은 승점 3점을 놓치고 망연자실했다. 2연승으로 16강에 직행할 기회를 놓쳤다. 지옥문 앞까지 갔던 포르투갈은 기사회생했다. 마지막 가나와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16강 불씨를 살렸다.
미국전을 앞두고 무릎 부상 재발 소문이 파다했던 호날두는 이날도 날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이란전, 2010년 남아공월드컵 북한전에서 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월드컵 3회 연속골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포르투갈이 시도한 슈팅 20개 중 7개를 담당했지만, 유효슈팅은 2개에 불과했다. 전매특허인 '칼날' 프리킥은 위력을 잃었다. 궤적이 골대 위를 한참 겉돌았다. 무릎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가 감지됐다. 그나마 마지막 순간 '폭풍 크로스'로 첫 공격포인트와 함께 팀을 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를 뜻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의 '이름값'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필생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가 2경기 연속골로 조국 아르헨티나의 2연승, 16강을 이끈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호날두는 '황금 크로스'로 일단 생명 연장 가능성을 만들었다. 남은 가나와의 한경기, '에이스' 호날두의 부활에 포르투갈의 16강 운명이 걸렸다. 2차전을 마친 G조는 독일과 미국이 나란히 1승1무(승점 4), 가나와 포르투갈이 1무1패(승점 1)를 기록중이다. 27일 독일-미국, 가나-포르투갈의 최종전에서 16강 진출국이 가려진다. 포르투갈의 자력 16강은 물건너갔다. 27일 가나에게 무조건 승리한 후 독일-미국전 결과를 살펴야 한다. 독일과 미국이 비길 경우(1승2무) 이기더라도 포르투갈(1승1무1패)의 16강행은 무산된다.
극적인 무승부에도 파울로 벤투 포르투갈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우리에게 좋지 않은 결과다. 2대2 무승부로는 산술적으로 16강행을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가나를 상대로 승리해야할 뿐 아니라, 독일과 미국전의 결과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 뿐이다. 우리에게 남은 실낱같은 기회를 살려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