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선수들이 이탈리아를 누르고 16강행을 확정하자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지난해 12월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추첨이 끝난 뒤 지구촌의 시선은 D조로 몰렸다. 월드컵 우승경험이 있는 강호 3팀이 한데 속했다. 4회 우승의 이탈리아, 2회 우승국이자 직전 대회 4강에 오른 우루과이, 축구 종가이자 영원한 강호 잉글랜드였다. 죽음의 조였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1위의 코스타리카가 '불쌍'하게 끼어있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D조의 경기가 끝났다. 다들 눈을 의심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적표가 나왔다. 북중미의 코스타리카가 조1위, 남미의 우루과이가 조2위를 차지했다. 유럽의 자존심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탈리아는 25일 새벽(한국시각) 우루과이와의 3차전에서 0대1로 지며 1승2패로 무너졌다. 같은 시각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카와 0대0으로 비겼다. 1무2패로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월드컵을 마쳤다. D조 최종순위는 이번 월드컵의 트렌드를 대변한다. '유럽의 몰락, 그리고 신대륙(북중남미)의 부상'이다.
'신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팀이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대부분 남미의 절대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는 가운데 유럽의 강호들이 4강까지는 올라가는 판도였다. 가장 최근 '신대륙' 개최 월드컵이었던 1994년 미국대회 4강에는 브라질만 끼였다. 나머지 3개팀은 모두 유럽국가(스웨덴, 불가리아, 이탈리아)였다. 그 이전인 1986년 멕시코대회에서도 4강은 아르헨티나에 유럽 3팀(서독, 프랑스, 벨기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유럽이 침몰 중이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 뿐만 아니다. A조에서는 크로아티아, B조에서는 디펜딩챔피언 스페인이 무너졌다. F조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탈락했다. G조의 포르투갈과 H조의 러시아 역시 탈락의 기로에 서있다. 반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한 신대륙팀들은 선전하고 있다. 멕시코, 칠레와 콜롬비아,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미국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같은 선전은 기후와 환경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의 경기 경험이 많다. 이번 월드컵 남미예선에는 브라질을 제외한 9개팀이 나섰다. 매 라운드마다 1팀은 경기가 없었다. 이들은 브라질과 경기를 펼쳤다. 이 외에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판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브라질에서 경기를 펼쳤다. 북중미팀들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브라질에서 훈련이나 경기를 많이 했다.
반면 유럽팀들은 브라질에서 경기할 기회가 많지 않다. 대부분 유럽에서만 경기를 했다. 유럽대표팀 역시 브라질 원정은 쉽지 않다. 때문에 브라질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장거리 이동이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체력 부족도 또 다른 이유다. 대부분의 유럽팀들은 시즌이 끝난 뒤 월드컵을 치른다. 체력 회복을 했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반면 신대륙팀들은 시즌 중인 경우가 많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해외파가 많지만 국내파들이 요소요소 배치되어 체력을 보충해준다. 유럽팀들이 경기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여기에 홈경기장같은 분위기도 신대륙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8강에서는 신대륙팀들이 대거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맞대결이 많다. 우선 브라질과 칠레, 콜롬비아와 우루과이가 8강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4팀 중 2팀은 8강에 오를 수 없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