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경남, 승부보다는 '골키퍼'가 화두

기사입력 2014-07-07 07:35


펀칭하고 있는 노동건. 사진제공=수원 삼성

새벽마다 TV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수준높은 플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의 눈높이도 여기에 맞추어졌다. 팬들은 이제 K-리그 선수들에게도 월드컵만큼의 수준높은 플레이를 요구하고 있다. 수원과 경남의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날 초점은 '골키퍼'였다.

경기 전 최대의 관심사는 수원의 선발 골키퍼였다. 원래 수원의 주전은 정성룡이다. 하지만 정성룡은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했다.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전, 2차전 알제리전에 나서 5골을 내주었다. 곳곳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일부 수원 팬들조차도 정성룡의 기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정성룡을 아예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대신 노동건을 선발로, 이상욱을 백업 골키퍼로 올렸다. 경기 전 만난 서 감독은 "정성룡은 좀 쉬어야 한다. 시차 적응도 아직 다 되지 않았다. 이제 몸을 서서히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노동건에 대해서는 "원래 몸이 안 좋았지만 꾸준히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오늘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정성룡은 출전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그라운드에는 나섰다. 경기 전 팬들에게 '월드컵 복귀 인사'를 위해서였다. 걱정했던 야유나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 수원 팬들은 모두 박수로서 정성룡을 환영했다. 정성룡은 "이제 시차 적응은 다됐다. 훈련을 통해 다시 몸을 만들어 빨리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과 수원의 2014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경기가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 정성룡.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13/
경기 중에는 '경남 골키퍼'가 중심에 섰다. 김영광이었다. 눈부신 선방을 거듭했다. 전반 30분 수원 서정진이 개인기로 경남 수비 3명을 제쳤다. 김영광과 맞선 상태에서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김영광은 몸을 날렸다. 볼을 손으로 쳐냈다. 대단한 순발력이었다. 전반 36분 정대세가 날린 회심의 헤딩슛도 막아냈다. 후반 20분 김영광은 권창훈과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에서도 슈팅을 막아냈다. 7분 뒤에는 서정진이 시도한 다이빙 헤딩슛마저도 쳐냈다. 역동작이 걸린 상태에서도 선방했다. 김영광은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훈의 결과였다. 김영광은 6월 10일부터 2주간 열린 천안 전지훈련에서 '테니스볼 특훈'을 소화했다. 움직임을 파악하기 힘든 작은 테니스볼을 막아내다 보면 축구볼에 대한 대처 능력도 자연스럽게 향상시킬 수 있다. 여기에 민첩성을 높이기 위해 체중도 4㎏이나 감량했다.


김영광. 사진제공=경남FC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였다. 김영광은 정성룡과 함께 한국 축구의 골문을 책임질 유망주였다.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주전 장갑은 늘 다른 선수의 몫이었다. 2006년에는 이운재에게, 2010년에는 정성룡에게 내주었다. 더욱이 원소속팀 울산에서도 후배 김승규에게 밀렸다. 명예회복을 선언한 김영광은 올 시즌 경남으로 임대를 선택했다. 경남에서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전반기 12경기에서 19골이나 내주었다. 골키퍼로서 최다 실점이었다. 명예 회복을 위해 특훈을 선택한 것이 효과를 거두었다. 김영광은 "두 차례 월드컵은 눈으로 배웠다. 하반기에는 내 가치를 증명해 다시 대표급 선수로 올라서겠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고서는 다시 수원의 골키퍼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0대0으로 경기가 끝났다. 노동건도 김영광 못지 않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음 경기 선발 출전 여부가 관심이었다. 수원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격돌한다. 울산에는 김승규가 버티고 있다. 김승규는 월드컵 내내 정성룡과 주전 골키퍼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는 선발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정성룡이 출전하면 K-리그에서 A대표팀 골키퍼들간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서 감독은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일단 정성룡의 몸을 봐서 출전 여부를 가늠하겠다. 노동건도 능력이 있는 선수다. 정성룡이나 노동건이나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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