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아르헨티나, 로메로에게 묻힌 양 팀 '10번'

기사입력 2014-07-10 09:25



메시도, 스네이더도 아니었다. 미미한 '10번 효과' 속 결승행 티켓을 챙긴 건 골키퍼 로메로였다. 10일 새벽(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가 승리를 거뒀다. 0-0으로 승부차기에 돌입한 아르헨티나는 로메로가 블라르와 스네이더의 킥을 막아내며 2-4 승리를 안겼다. 그렇다면 공격 전개의 열쇠로 꼽힌 양 팀 10번은 120분 동안 무얼 했던 걸까.

[네덜란드 10번 스네이더]

: 슈팅 2회, 패스 성공 42회, 패스 성공률 83%, 볼 터치 78회, 뛴 거리 13.90km

5백으로 내려앉은 뒤 짧은 패스를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도 틈만 생기면 단번에 롱패스를 때려 넣었다. 토너먼트 성격상 일단은 지지 않는 경기를 해야 했고, 절정의 볼터치와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뒷공간 전문 털이범' 로번을 백분 활용하겠다는 요량이었다. 뒷선에서 한 번에 넘겨주려는 계획은 최전방 공격수로 향하는 최종 패스의 지점을 중앙선 아래로 낮췄다. 120분 동안 시도한 818개의 패스(숏, 미디움, 롱) 중 숏패스의 비중이 18%에 그쳤다는 점도 네덜란드의 공격 패턴을 입증하는 수치 중 하나. 연결 고리를 생략한 패턴은 아르헨티나의 마스체라노-빌리아 중원과 직접 맞붙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을 불러왔다.

다만 스네이더의 존재감까지 지워버리는 악영향도 미쳤다. 스네이더는 상대 10번 메시보다 3.5km가량을 더 뛰었으나, 영양가 있는 움직임은 극히 부족했다. 상대 중앙 수비와 맞설 바이탈존(Vital Zone)에서 볼 잡는 빈도가 낮았던 탓. 이번 대회 내내 아랫선에서 패스 받는 횟수가 많았던 이 선수는 전방에서 로번-반페르시 투톱을 지탱하지 못했다. 연장에 돌입한 뒤로는 로번이 부쩍 많이 내려왔다. 공격수가 미드필더 진영에서 함께 싸워주는 건 바람직하지만, 이면엔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 부재로 앞선의 무게감을 포기하면서까지 후퇴했다는 상황도 깔려 있다. 세트피스 킥에서 난조를 보인 스네이더는 승부차기까지 실축했다.


[아르헨티나 10번 메시]

: 슈팅 1회, 패스 성공 34회, 패스 성공률 80%, 볼 터치 70회, 뛴 거리 10.49km

아르헨티나가 노린 루트는 오른쪽 측면이었다. 전체 공격의 47%가 오른쪽에 쏠렸고, 수비로 내려앉은 상대를 옆줄 쪽으로 끌어내 스피드 싸움을 걸었다. 라베찌를 비롯한 측면 자원은 상대 윙백 및 중앙 수비의 저지를 개인 기량으로 뚫고 나올 저력이 있었다. 이러한 공략법은 네덜란드 3백을 상당히 넓게, 많이 뛰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페널티박스 내에 머무는 수비 숫자를 서너 명으로 줄여 득점 확률을 높였다. 수적 열세에 처할 중앙보다는 이렇게 돌아가는 편이 나았을 터. 단, 이 과정에서 메시는 계속 잊혔다. 반할 감독은 데용에게 이 선수의 맨마킹을 지시했고, 후반에는 클라지를 투입해 계속해서 족쇄를 채웠다.


에이스의 위대함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직접 득점은 극히 한정된 부분일뿐. 두세 명의 상대 수비를 몰고 다니며 동료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에이스 효과다(지난 벨기에전 이과인 골 장면처럼). 하지만 여기엔 공격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 최소한 팀플레이에 녹아들 수 있을 만큼은 뛰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메시의 산보는 데용과 클라지에게 난제를 안겨주지 못했다. 볼 없는 움직임에서의 성실함을 무기로 하는 선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존재감만으로 팀의 우승을 보장하기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디 마리아가 완전치 않은 아르헨티나가 메시만으로 독일을 누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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