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 감독 유력' 판 마르바이크의 키워드 '실리'

기사입력 2014-08-06 07:09


ⓒAFPBBNews = News1

"승리를 위해 '추한' 축구도 마다하지 않겠다."

차기 A대표팀 감독으로 유력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전 네덜란드 감독(62)의 축구 철학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그는 화려함 대신 실속을 챙긴다. 네덜란드 축구의 자존심과 같은 토털사커 역시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게는 수많은 전술 중 하나일 뿐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멋진 축구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만약 우리가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했다면 훌륭한 경기를 펼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 때로는 좋지 않은 경기를 펼칠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지도자 인생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실리'라는 키워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선수 판 마르바이크는 그리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다.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를 동시에 소화했던 판 마르바이크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 393경기를 소화했다. 페예노르트와 웨스트햄 같은 명문 클럽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1975년 유고슬라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뛰었던 것이 유일한 대표팀 경력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지도자로 말을 갈아탄 뒤 빛을 보기 시작했다. 선수시절 뛰었던 포르튀나 시타르트에서 감독생활을 시작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1999년 팀을 KNVB컵(네덜란드 FA컵) 결승으로 이끌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0년 페예노르트의 지휘봉을 잡은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001~2002시즌 UEFA컵 우승컵을 이끌며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4년 도르트문트로 옮기기 전까지 매시즌 페예노르트를 3위 이내로 올리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도르트문트에서도 강등권에 있는 팀을 중위권으로 올려놓았다. 2007년에는 다시 페예노르트로 돌아와 2008년 KNVB컵을 차지했다.

2008년 마르코 판 바스텐 감독의 후임을 찾던 네덜란드 축구협회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상위레벨의 경험이 없다는 우려와 달리 판 마르바이크는 순항을 거듭했다. 실리축구를 앞세워 유럽지역 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도 승승장구했다. 판 마르바이크는 탄탄한 수비를 강조하며 네덜란드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당대 최고의 팀이었던 스페인에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 후는 암흑기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과 계약 연장에 성공하며 유로2012에 나섰지만, 결과는 충격의 3연패.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사우스햄턴과 스포르팅 리스본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2013년 함부르크의 감독직에 올랐지만 7연패를 당하며 단 143일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실리를 추구하는만큼 단기전에 강하다. 특히 토너먼트만큼은 네덜란드 축구계에서도 최고로 통한다. KNVB컵이나 UEFA컵과 같은 토너먼트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우승 경력이 많지 않았음에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월드컵 무대에서도 자신의 토너먼트 DNA를 과시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단기전에 강한 이유는 수비 조직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월드컵 때로 돌아가 보자. 4-2-3-1과 4-3-3을 병행한 네덜란드는 수비력이 좋은 나이젤 데용, 마르크 판 봄멜을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베슬러이 스네이더를 비롯해 공격자원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강조했다. 한, 두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는 '질식축구'에 '네덜란드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수비축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페예노르트가 UEFA컵을 거머쥐었을때나 네덜란드 대표팀 당시 몇몇 평가전에서는 공격적인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스타일을 정하기 보다는 승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스타일이다.

실리를 강조하는 그 답게 명성보다는 실력을 강조한다. 때문인지 아시아 선수와도 인연이 많다. 페예노르트 시절 송종국과 이천수를 영입했다. 오노 역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제자였다. 송종국의 경우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도르트문트로 옮기며 급격히 컨디션이 떨어졌을 정도로 판 마르바이크와의 궁합이 좋았다. 송종국은 인터뷰에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추천하기도 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이천수에게도 많은 기회를 줬다. 아시아 선수들에게 우호적이었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카리스마형으로 알려졌지만, 선수단 장악 능력이 떨어진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팀의 규율을 잡던 프랑크 드보어 수석코치가 아약스로 옮긴 후 스타선수들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사위이기도 한 판 봄멜을 지나치게 중용하며 선수들의 반기를 산 판 마르바이크는 유로2012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고집이 세 선수들과의 불화도 잦았다. 페예노르트 시절에는 당시 최고의 유망주였던 로빈 판 페르시와 불화 끝에 그를 아스널로 보냈고, 로번이 전술을 명령하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게 "닥쳐"라고 소리친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한 변화를 꾀하지만 전체적인 전술은 비교적 단조롭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