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은 축구 선수들에게 기회이자 영광이다. 월드컵, 올림픽과 더불어 나라를 대표해 뛸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다면 병역 특례의 혜택도 있다. 최종 엔트리 20인에 드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도 큰 영광이다.
최종 엔트리 발표를 하루 앞둔 13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조심스럽게 엔트리 발표를 기다리는 골키퍼 노동건(22)을 만났다. '의관을 정결히 한 채 정화수 한 사발 떠놓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최종엔트리 발표를 기다릴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엔트리 발표 하루를 앞두고 그의 심경은 평온 그 자체였다. 노동건은 "발표 전날이라고 큰 심리적인 동요는 없다. 그저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데만 집중하고 있다. 최종 엔트리 선발 여부는 이광종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들의 몫이다"고 했다.
'경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건은 아시안게임 출전이 유력하다. 2011년 7월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20세 이하) 월드컵에 나섰다.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2세 이하 챔피언십에도 대표로 나섰다. 6월에는 인천아시안게임 개장경기로 열린 쿠웨이트와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평가전에도 출전했다. 최종엔트리 선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펀칭하고 있는 노동건. 사진제공=수원 삼성
그런데 변수가 등장했다.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김승규(24·울산)의 승선이 유력하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다. 한 번 주전이 정해지면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프로 정식 경기에서 2번 밖에 나서지 못한 노동건으로서는 월드컵 대표팀에서 골문을 지킨 김승규와의 경쟁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건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마음이었다. 노동건은 "어차피 선수라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나만의 무기가 있다. (김)승규 형과 내가 동시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즐겁게 경쟁할 것이다"고 했다. 프로 새내기의 말에서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의 내음이 풍겼다.
수원에서의 8개월 경험이 컸다. 올 시즌 수원에 입단한 노동건 앞에는 '정성룡'이라는 큰 산이 놓여 있었다. 정성룡은 A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이자 2010년, 2014년 월드컵에서 골문을 지킨, 명실상부 대한민국 넘버원 골키퍼다. 당연히 노동건은 오자마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한 때는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조바심은 내면 낼수록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었다. 팀 선배들도 다들 "조바심 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대신 운동에만 집중했다. 노동건은 "기다리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정성룡이 월드컵 대표팀에 차출됐다. 5월 22일 수원에서 열린 PSV에인트호벤과의 경기에 출전했다.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6월 15일 천안에서 열린 성남과의 친선경기에도 나서 2대1 승리에 힘을 보탰다. 7월 5일과 9일에는 K-리그 클래식 경남, 울산과의 홈 2연전에도 나섰다. 정성룡이 월드컵의 피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남전에서는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은 0대0으로 비겼다. 울산전에서는 김승규와 맞대결을 펼쳤다. 김승규가 3실점 하는 사이 노동건은 2골만 내주었다. 김승규와 맞붙어도 자신이 있다는 이유
노동건. 화성=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이기도 하다.
노동건은 7월 12일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골키퍼 장갑을 정성룡에게 다시 내주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노동건은 "언제나 뛸 수 있도록 준비했더니 기회가 왔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비교적 잘 한 것 같다. 지금은 다시 주전 자리를 내주었지만 또 기회가 올 것이다. 준비하겠다.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된다면 우선 주전을 위해 그리고 우승을 위해 한 몸 던지겠다"고 말했다. 화성=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