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메시'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이 살아야 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은 북한과 29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준결승을 치른다. 북한은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에 앞서 있다. 역대전적에서도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단 1승(1무12패)만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도 실력의 차이는 존재한다. 북한은 엄청난 체력과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앞세워 순항 중이다. 중국과의 8강전에서도 '에이스' 허은별을 후반에 투입하며 1대0 승리를 거뒀다. 북한과의 전력차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한국이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지소연의 활약이다.
지소연의 개인기량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그는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에서도 특급 선수로 꼽히고 있다. 팀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탁월한 개인기술과 정확한 결정력, 빼어난 축구지능까지 모두 월드클래스급이다. 혼자 힘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다. 윤 감독은 지소연을 여자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우승청부사'로 낙점했다. 지소연은 조별리그를 건너 뛰고 8강전부터 팀에 합류했다. 지소연은 소속팀 문제로 4강전을 마치고 팀에 복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감독은 단 2경기만을 뛰는 지소연에게 엔트리 한자리를 내준 이유는 '막강' 북한을 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소연은 첫 선을 보인 26일 대만과의 8강전(1대0)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전해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윤 감독은 지소연에게 '프리롤'을 부여했다. 하지만 '지메시 효과'는 미비했다. 순간 순간 멋진 패스와 돌파로 그녀만의 클래스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22일 팀에 합류한 지소연은 아직 100%의 몸상태가 아니었다. 우려했던 동료들과의 호흡면에서 큰 불협화음은 없었다. 패싱 플레이에 능한 지소연은 중앙에서 적절한 볼배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대표팀이 기대한 것은 그녀의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후반 14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킬패스도 부족했고, 날카로운 드리블도 많이 하지 않았다.
예선 3경기서 무려 28골을 성공시킨 공격력에 지소연까지 가세했지만, 오히려 파괴력면에서는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윤 감독은 경기 후 "걱정 했던 부분이다. 피로에서 회복해 정상컨디션 유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안타깝다. 지소연은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상대의 적극적인 수비에 힘든 경기를 했다. 2일 남았는데 피로 회복이 북한전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북한전의 관건은 결국 지소연의 컨디션 회복이다. 지소연은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목표로 삼은게 북한전이었다.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며 "북한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지소연이 북한전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또 있다. 2006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지소연은 북한과 4번 만나 한 번도 못 이겼다. 더 자존심 상하는 것은 북한을 상대로 한골도 넣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소연은 A매치 62경기에서 30골을 넣었다. 2경기 당 1골씩 터뜨렸다. 아시아의 강호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로 각각 4골, 2골을 기록했지만 유독 북한전에 약했다.
북한 역시 지소연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광민 북한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지소연은 기술이 뛰어난 선수다. 지난해 지소연이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했다. 부상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은 허은별의 후반 출격이 유력한 가운데, 지소연이 초반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 한국의 결승행은 지소연의 발끝에 달려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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