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출사표다. 26일 오후 2시 인천전용구장에서 인천유나이티드과 마주한다. 상하위 스플릿의 운명이 갈리는 '마지막 승부'다.
전남은 올시즌 내내 '반전의 플레이'로 K-리그 클래식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년간 피말리는 강등전쟁을 치렀던 전남은 올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스테보, 안용우, 현영민, 송창호, 레안드리뉴 등 시즌초 화제를 모은 '폭풍영입' 에이스들의 활약이 빛났다. '전사' 스테보는 '전남불패의 아이콘'이 됐다. 지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은 선수단에 고스란히 전파됐다. 32라운드 서울전에서 10호골 고지에 올랐다. 최근 4경기에서 2골1도움, 29경기에서 10골4도움을 기록했다. 하 감독이 발굴한 1년차 안용우는 '보석같은 왼발'로 첫시즌부터 25경기 5골6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13년차, 서른여섯살 백전노장' 현영민은 1골7도움을 기록했다. 2009년 울산에서 기록한 1골10도움 이후 시즌 최다 기록이다. 기존 선수들 역시 눈부시게 성장했다. 전남유스 출신 4년차 '광양루니' 이종호는 9골을 터뜨리며 최고의 시즌을 맞았다. 에이스의 영입, 신구 조화, 경쟁과 공존속에 전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포항, 전북 등 강팀 징크스를 잇달아 깨며 신바람을 냈다. 리그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 등 무려 3명의 선수가 인천아시안게임 이광종호에 뽑혀나갔다. 28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다. '돌풍의 팀'이 아닌 '태풍의 팀'이라 불러달라고 했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이어지던 지난 9월 전남은 주전 3명을 한꺼번에 '이광종호'에 보낸 후 고전했지만, 승점 1점이 소중한 상황에서 한국축구의 대의를 위한 희생에 주저함이 없었다. 하 감독은 "한국축구를 위해 무조건 해야할 일이다. 선수들이 잘돼야, 팀이 잘된다. 전남같은 팀에서는 반드시 국가대표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관중도 늘어난다"며 애제자들의 금메달을 염원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직전 3연승을 달렸지만, 전력 누수속에 치른 9월 5경기에서 1승1무3패, 승점 4점에 그쳤다. 직전 32라운드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서울과의 홈경기 종료 직전 버저비터 동점골까지 꽂아넣으며 사력을 다했건만,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라커룸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6강의 명운을 결정할 마지막 한 경기를 앞두고 우여곡절끝에 울산과 순위가 뒤바뀌었다.
인천과의 마지막 한 경기만을 앞두고 있다. 승점 3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최대 천적'을 만났다. 객관적 데이터는 불리하다. 전남은 2007년 3월 31일 이후 인천에 20경기 연속 무승(14무6패)이다. 인천 원정에선 10경기 연속 무승(5무5패)이다. 6위 울산과 7위 전남의 승점은 44점으로 같다. 골득실에서 울산이 절대 우위다. 울산이 +4, 전남이 -5다. 울산이 성남을 꺾으면 자력으로 상위리그에 진출한다.똑같이 이기거나, 비기거나, 패해도 울산이 올라간다. 양팀 모두 승리할 경우, 전남은 10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상위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전남이 이기고, 울산이 비기거나 질 경우 혹은 전남이 비기고 울산이 질 경우에만 '6강 미라클'이 가능하다. 전남 입장에서 무조건 승리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전남 선수들은 여전히 씩씩하다. 머릿속에 '경우의 수'는 없다.
"마지막 0.01%의 가능성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프로"라는 말을 되새기고 있다. 올시즌 전남의 반전을 이끌어낸 끈끈한 힘, '최선의 페어플레이'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구동성 "이기면 되죠. 무조건 이겨야죠"라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전남은 지난 2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현장인 울돌목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이후 전남의 그라운드에는 언제나 '충무공 출정기'가 나부꼈다. "생즉필사, 필사즉생(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의 다짐, 마지막 인천전에 임하는 전남 드래곤즈의 출사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