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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떨고 있다.
전북의 운명이 바뀐 것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밟은 전북은 모기업 현대자동차 로고가 찍힌 녹색 유니폼을 입고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을 누빌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ACL 우승팀 자격으로 선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구단이 단순한 사회공헌, 홍보가 아닌 수익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한국 프로축구에 처음으로 알렸다.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는 전세계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소통의 창구였다.
전북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현대차는 월드컵 공식 파트너 등 공격적인 스포츠마케팅의 대표적 기업이다. 전북은 2007년부터 전 사원이 매달려 모기업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답은 '홍보 첨병'이었다. 현대차 본사가 위치한 서울과 전주를 오가는 기나긴 설득의 여정이 시작됐다. 전북이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하자, 심드렁 하던 현대차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이 단장과 최강희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클럽하우스 건립을 승인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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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곧 재투자로 이어졌다. 단순히 돈을 쥐어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전북 봉동의 낡은 현대차 사원 아파트에 세들어 살던 전북 선수단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클럽하우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소음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던 숙소에서 버스로 논밭을 가로질러 황랑한 연습장으로 향하던 시대와 작별을 고했다. 이제는 훈련과 휴식 뿐만 아니라 유럽 명문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중치료기까지 갖춘 구단이 됐다. 급격히 위축된 K-리그 시장에서도 '큰 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이승기, 김기희, 정인환, 정 혁, 올해는 한교원, 김남일, 이승렬, 이상협, 신형민 등 '국가대표급' 자원들을 싹쓸이 했다. 최상의 전력을 다지자 수많은 파고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최강의 자리까지 올라섰다.
기업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바뀐다. 현대차의 투자의지가 영원할 수는 없다. 전북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전북은 5년 뒤 구단 운영 자금의 50%를 직접 조달하고 10년 뒤엔 완벽히 자생하는 구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꾸준히 유스 시스템 강화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재성, 이주용, 권경원, 김 신(현 리옹) 등 주전급 유스 출신들을 키워냈다.
신뢰의 끈은 단단하다. 정 부회장은 제주전에서 전북이 조기 우승을 확정하자 이철근 전북 단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국 축구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북이 압도적으로 K-리그 클래식을 제패한 데 축하를 보낸다. 곧 만나자"며 변치않는 '축구사랑'을 과시했다. 이 단장에게 전화를 건네받은 최 감독은 "모기업에서 선물해 준 클럽하우스 덕택에 고비였던 여름을 잘 넘길 수 있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전북이 걸어온 길은 K-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위기 만을 외치는 K-리그 구단들을 향한 채찍이기도 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