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프로축구 FA컵 결승전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가 열렸다. 성남FC가 FC서울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승부 끝에 4대2로 승리를 차지했다. 성남FC 선수들이 김학범 감독을 헹가래 치며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23
시민구단이 일을 냈다. 기업구단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주인공은 올시즌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성남FC다.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2014년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성남은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후반 3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박준혁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4-2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 클럽 축구 최고 권위의 대회인 FA컵 우승의 일등공신은 당연히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번 성남의 우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학범슨' 김학범 성남 감독(54)이다. 김 감독의 FA컵 우승 기억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군단'이던 성남 일화 수석코치 시절, 고 차경복 감독을 보좌하며 FA컵에 입맞춤한 것이 전부였다. 2005~2008년 성남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FA컵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8강(2008년)이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과의 객관적인 전력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9월 초 성남 사령탑으로 부임해 자신의 축구를 강조할 수 없었다. 시즌 중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혼란을 예상했다. 또 FA컵 우승보다 치열한 강등 탈출 싸움이 먼저였다. 26일 인천, 29일 부산과 충돌해야 하는 운명의 맞대결을 앞두고 FA컵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승부수를 던져 90분 안에 끝내야 남은 싸움에서 버텨낼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승부사'였다. 역발상을 했다. FA컵 우승, 팀이 강등 탈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꼽았다. 그리고 성남 사정에 맞는 전략을 짰다. 밀집수비였지만, 수비라인을 내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수비라인을 밑으로 내리지 않았다. 상대 공격라인을 컨트롤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심리를 이용했다. 김 감독은 "결승 하루 전 선수들에게 '서울을 어떻게 잡는지 보여주겠다'고 얘기했다. 선수들도 나를 믿고, 나도 선수들을 믿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을 잡았다"고 했다.
승부차기 돌입을 앞두고 있을 때 양팀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골키퍼 교체 카드였다. 헌데 상황이 꼬여버렸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유상훈을 투입시킨 반면 김 감독은 공이 아웃되지 않아 전상욱 골키퍼를 교체하지 못했다. 현장에선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유상훈의 선방으로 서울이 우승하게 될 경우 김 감독의 교체 실패가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꿈쩍하지 않았다. "사실 박준혁의 몸이 더 빠르다. 골키퍼 교체 의도는 전상욱으로 바꾸면서 상대 선수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기 위함이었다. 교체가 안돼도 걱정이 안됐다. 오히려 잘됐다는 마음이었다." 또 "지도자가 경기장에 들어갈 때 불안할 때가 있고, 편할 때가 있다. 선수 교체 타이밍이 안맞아 떨어진 것이 있지만, 우리가 골을 먹고 주저앉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FA컵 우승으로 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김 감독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흘렀다. 그는 "FA컵 우승은 시민구단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의 좋은 기준이 된다. 내년 ACL을 위해 선수단을 무분별하게 운영할 생각은 없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시민구단도 ACL에서 망신을 안당하고 성적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해는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중요한 시점이다. 대부분의 시도민구단이 재정난으로 굉장히 어렵고 부담이 가중되는 부분은 다 알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성남은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 나는 그 동안 결승전도 많이 치러봤고, ACL 경기로 많이 해봤다. 어려운 팀에도 있어봤다. 이번 FA컵은 승부처에서 일궈낸 우승"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의 무한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상암=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