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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단이 일을 냈다. 기업구단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주인공은 올시즌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성남FC다.
결승전을 앞두고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서울과의 객관적인 전력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9월 초 성남 사령탑으로 부임해 자신의 축구를 강조할 수 없었다. 시즌 중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혼란을 예상했다. 또 FA컵 우승보다 치열한 강등 탈출 싸움이 먼저였다. 26일 인천, 29일 부산과 충돌해야 하는 운명의 맞대결을 앞두고 FA컵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승부수를 던져 90분 안에 끝내야 남은 싸움에서 버텨낼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승부사'였다. 역발상을 했다. FA컵 우승, 팀이 강등 탈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꼽았다. 그리고 성남 사정에 맞는 전략을 짰다. 밀집수비였지만, 수비라인을 내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수비라인을 밑으로 내리지 않았다. 상대 공격라인을 컨트롤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심리를 이용했다. 김 감독은 "결승 하루 전 선수들에게 '서울을 어떻게 잡는지 보여주겠다'고 얘기했다. 선수들도 나를 믿고, 나도 선수들을 믿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을 잡았다"고 했다.
승부차기 돌입을 앞두고 있을 때 양팀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골키퍼 교체 카드였다. 헌데 상황이 꼬여버렸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유상훈을 투입시킨 반면 김 감독은 공이 아웃되지 않아 전상욱 골키퍼를 교체하지 못했다. 현장에선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유상훈의 선방으로 서울이 우승하게 될 경우 김 감독의 교체 실패가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꿈쩍하지 않았다. "사실 박준혁의 몸이 더 빠르다. 골키퍼 교체 의도는 전상욱으로 바꾸면서 상대 선수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기 위함이었다. 교체가 안돼도 걱정이 안됐다. 오히려 잘됐다는 마음이었다." 또 "지도자가 경기장에 들어갈 때 불안할 때가 있고, 편할 때가 있다. 선수 교체 타이밍이 안맞아 떨어진 것이 있지만, 우리가 골을 먹고 주저앉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의 무한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상암=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