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대표팀 동료들에 띄우는 편지

기사입력 2015-02-02 06:26



누구보다 기대를 모았다.

한동안 뜸했던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차세대 주자 김신욱(27·울산)의 발견은 브라질의 눈물 속에서 핀 희망이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부상 투혼 속에 금빛 질주의 한 축으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걸음이 부족했다.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김신욱은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 나선 슈틸리케호 합류에 실패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김신욱을 스포츠조선이 1일 일본 미야자키 동계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났다. 슈틸리케호 동료들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신욱이 가슴 속에 담아뒀던 애뜻한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미야자키(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대표팀 선수 여러분!

프로 생활 후 처음으로 대표팀과 떨어져 지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아시아 정상을 향해 한 단계씩 올라서는 대표팀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동시에 대표팀에 대한 간절함도 너무나 커졌답니다. 울산, 대표팀에서 함께 뛰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월드컵 무대에 섰던 기억도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비록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닿지 못했지만, 여러분이 보여준 투혼의 힘은 우승보다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축구인의 한 명으로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내가 요즘 가장 키우고 있는 진수야! 네 생각이 가장 먼저 난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에 함께 가지 못했던 아픔, 부상으로 보낸 힘겨운 시간을 이번 대회서 모두 털어냈으리라 본다. 아시안게임에서 발전했던 너의 모습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 같아 뿌듯하다. 실수도 있었지만,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귀국하자마자 독일로 간다고 들었는데, 시즌이 끝나거든 울산으로 꼭 내려와 형을 찾아라(웃음).

성용아, 사실 널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주장 완장이 진짜 안어울릴 것 같다'였다(웃음). 평소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아보면 상상이 안가더라. 그런데 실제로 보니 완장을 찬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역시 넌 아시아를 넘어선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다. 너도 진수와 마찬가지로 잉글랜드에서 시즌이 끝나거든 형수님과 함께 밥을 샀으면 좋겠다.


자타공인 절친 흥민이, 넌 이제 대표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야 할 것 같더라. 이번 대회를 통해 너무 많을 보여줬다. 때문에 대표팀 해결사라는 책임감과 짐이 더 커진 것 같다. 나도 대표팀에서 너를 거들고 싶지만, 아직 실력이 너에게 미치지 못한다. 대표팀과 떨어져 축구를 보니 보는 눈이 달라지긴 하더라. 하지만 네가 그라운드에서 뛰며 하는 생각은 통하는 것 같아. 냉정히 평가하면 결승전은 네 생각만큼 잘 풀린 경기는 아닌 것 같더라.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넌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팀 에이스가 됐다. 원래 마음이 약하고 분위기도 잘 타는 네가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코 끝이 찡하더라.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남은 시간이 많잖아? 4년 뒤에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와 함께 아쉬움을 털어보고 싶다.

태휘형! 형과 함께 울산에서 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게 엊그제 같네요. K리그를 넘어 해외 무대까지 변함없이 활약 중이신 형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형이 보여주신 리더십도 분명 대표팀에 도움이 됐다고 믿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지금은 가슴 속에 담아두고 싶습니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대표팀에서 경쟁하기 위해 울산에서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랑스런 태극전사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미야자키에서 김신욱이.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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