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권순태(31·전북)는 한국 축구계를 뜨겁게 달궜다. K리그 클래식 34경기에 나와 19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경기당 0.56이라는 실점율은 단연 1위다. 울산 김승규(29경기 28실점·0.97) 포항 신화용(31경기 29실점·0.94)수원 정성룡(34경기 33실점·0.97)을 압도한다. 전북은 권순태의 활약에 시즌 막바지 8경기 연속 무실점과 9연승, 15경기 연속 무패가도를 달렸다. 권순태는 전북의 K리그 우승의 일등 동신이다. 생애 처음으로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됐다. .
하지만 A대표팀과의 인연은 없다. 권순태는 딱 1번 A대표팀에 승선한 적이 있다. 상주 상무 소속이던 2012년 초 소집됐다. 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을 이끌 때였다.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아직 권순태의 A매치 기록은 0에 멈춰있다.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권순태를 A대표팀에 뽑아야된다는 여론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권순태는 호랑이 문양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권순태에게 A대표팀은 어떤 의미일까. 단도직입 물었다. 답은 간략했다. "그저 이상일 뿐"이라 했다.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이루기 힘든 이상으로 설정한 것이다. 권순태는 "사실 지난 시즌 정도만 기록이 좋았다. 이제까지 꾸준한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꾸준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A대표팀에 가야한다"고 했다. 그는 "A대표팀에 갔다가 제대로 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한다면 그게 더 부담된다"면서 "A대표팀보다는 전북에 신경을 쓰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최은성 코치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최 코치는 지난 시즌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몇년은 더 할 수 있었지만 후배 권순태를 위해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권순태는 "최 코치님 입장이 돼서 생각해봤다. 절대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최 코치님의 마음을 봐서라도 나는 쓰러져서는 안됐다. 너무나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권순태는 이번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 클래식 우승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ACL 첫경기 상대로 유력한 가시와 레이솔에 설욕을 다짐했다. 2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동아시아 플레이오프 2번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가시와 레이솔은 촌부리(태국)와 키치(홍콩)의 승자와 격돌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시와 레이솔의 승리가 유력하다.
가시와 레이솔과는 2012년과 2013년 만났다. 2012년 H조에서 전북은 가시와레이솔에게 1대5, 0대2로 완패했다. 2013년에는 16강에서 만났다. 1차전에서 0대2로 졌다. 2차전도 2대3으로 졌다. 2013년 경기에 권순태도 있었다. 굴욕이었다. 권순태는 "이번에는 전북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두바이(UAE)=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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