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광저우 패배 보약될까, 결국 숙제는 결정력

기사입력 2015-02-26 07:09


◇윤일록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정조국, 에벨톤이 아쉬워하고 있다. 광저우(중국)=사진공동취재단

"만족한다. 서울은 강팀이라 쉽지 않은 경기였다. 경기 내내 집중해야 했다." 파비오 칸나바로 광저우 헝다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분좋은 첫 승이었다.

"원정경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이제 첫 경기에 불과하다. 바로 다음 경기가 있기 때문에 잘 추스려서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아쉬움이 진했다. 첫 단추에 불과하지만 찜찜한 첫 패전이었다.

'역대급 죽음의 조'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의 문이 열렸다. 서울은 25일(이하 한국시각) 2013년 ACL 결승전에서 만난 광저우 헝다와 원정에서 1차전을 치렀다. 분전했지만 0대1로 석패했다. 설욕에 실패했다. 서울은 2년 전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아시아 정상을 광저우에 내줬다. 준우승의 눈물을 삼켰다.

같은 날 H조의 또 다른 대전에선 지난해 ACL 챔피언 웨스턴 시드니(호주)가 적지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를 3대1로 대파했다. 웨스턴 시드니도 서울이 갚아줘야 할 빚이 있다. 지난해 ACL 4강에서 발목이 잡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13년과 2014년, 아픔을 준 팀들이 공교롭게 올시즌 조별리그에서 한 조에 묶였다.

복수의 조별리그를 꿈꾸고 있지만 일단 서울의 첫 행보는 '희'가 아닌 '비'였다. 하지만 아파할 필요는 없다. 최 감독은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다. 광저우는 여전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광저우의 전력은 예전만 못했다. 엘켄손, 알란, 굴라트가 공격 선봉에 섰지만 2년 전의 콘카, 무리퀴, 엘켄손이 호흡할 때에 비해 위력이 떨어졌다. 서울은 원정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선전했다. 지난해 데얀, 하대성에 이어 올해 김주영, 에스쿠데로가 이적하며 누수가 컸다. 그러나 경기력은 뒤지지 않았다. 안방에서 충분히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자신감은 분명 수확했다.

다만 선결 과제가 있다. 결국 숙제는 골이다. 서울은 17일 하노이 T&T(베트남)와의 ACL 플레이오프에서 7대0으로 대승했다. 팬들에게는 큰 기대감을 선물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56경기 중에 한 경기가 지났을 뿐이다. 다음 경기에서 연속성을 갖고 이같은 흐름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들뜨지 않았다.

스포츠는 상대성이다. 광저우는 하노이와는 차원이 다른 팀이다. 선수들도 부담이 있었다. 하노이전에 비해 자기만의 색깔을 발산하지 못했다. 그 결과, 결정력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서울은 전반 28분 먼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김치우의 크로스를 에벨톤이 헤딩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볼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기회 뒤 위기라고 했다, 전반 31분 광저우에 결승골을 허용했다. 이어 정조국 윤일록 등이 절호의 찬스를 맞았지만 골망을 출렁이는 데 실패했다.

수차례의 찬스에도 골이 터지지 않은 것은 풀어야 할 매듭이다. 최 감독도 인정했다. 그는 "과정은 긍적적 생각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전술이 경직돼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반대로 칸나바로 감독은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놓고 보여준 선수들에 플레이에는 만족한다. 상대의 거친 견제에도 불구하고 실점하지 않고 잘 막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H조는 전력 차가 크지 않다. 혼전이 불가피하다. 문전에서 어느 팀이 더 집중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명암은 엇갈린다. 광저우전의 패배도 보약이 될 수 있다. 서울이 두려워할 상대는 없다.

시즌 초반은 늘 변수와의 전쟁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안정은 빠를수록 좋다. 전술과 조직력 등 재정비할 시간도 있다. 서울은 다음달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시마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안방에서는 어떻게든 반전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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