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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캔음료 가져오지 마세요."
올 시즌 K리그가 클래식, 챌린지 가릴 것 없이 전과 다른 흥행 훈풍을 타는 중이다. 여기에 국민적 축구스타 차두리의 태극마크 고별전이다. 경기 장소가 수도권 중심 서울이라는 점도 흥행을 기대감을 높이는 호재다.
지난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 사실상 만원 관중(3만8680명)을 불러모은 터라 축구계는 더욱 고무됐다.
A매치 축구 경기장에 캔음료 등이 반입금지된 것은 이미 10년이 넘었고, K리그에서는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장 안전을 위해서 마련된 것으로 웬만한 축구팬이면 다 아는 기본 에티켓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눈속임 통과' 요행을 바라는 팬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오죽하면 대한축구협회가 이번 뉴질랜드전을 앞두고 "아직도 홍보가 잘 안된 것 같다"며 '캔음료 주의보'를 호소하고 나섰을까.
협회가 재차 호소하고 나선 것은 반입금지 물품 소지로 인해 선량한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부작용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우즈벡전의 킥오프 시간은 오후 8시였지만 경기 시작 10분 전이 되도록 경기장 입구에는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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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오프 휘슬이 울릴 때까지 관중석은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경기가 시작되고나서야 헐레벌떡 입장한 관중이 수천명이었다.
경기장 입장이 이토록 지연된 이유는 반입금지 물품 때문이다. 경기장 입장은 단순히 티켓 확인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안전규칙에 따라 캔음료 등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입금지 물품이 발견되면 반납하거나 안전한 대형 종이컵에 따라 담아야 입장할 수 있다. 실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캔음료를 일일이 걸러내고 종이컵에 다시 따라 담느라 많은 시간이 허비됐다. '죄'없는 입장객은 영문도 모른 채 줄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50분간 줄을 섰다가 입장한 축구팬 이호진씨(42)는 "입장 행렬 뒤에서는 '표 검사 하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나' 의아했는데 막상 입구 데스트 옆에 수북하게 쌓인 캔, 페트병을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면서 "규칙을 지키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매치 경기장에는 오랜 만에 축구를 관전하러 오는 팬들이 많은 데다, 맥주 캔 반입이 가능했던 야구장과 헷갈려서 무심코 금지 물품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도 올해부터 'B safe' 캠페인을 통해 캔·병·1ℓ 초과 페트병 음료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K리그 초반 '까치 사건' 등으로 인해 경기장 안전 검사가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면서 "금지 물품을 가져왔다가는 여러 사람이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축구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