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의 이타심, 마드리드더비 '악몽' 끊었다

기사입력 2015-04-23 09:12


호날두와 치차리토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AFPBBNews = News1

'조력자'로 변신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23일(한국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4-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 전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4강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이날 호날두는 평소와 달리 골에 집착하지 않았다. 골문을 향해 돌진하기보다는 시종일관 좌우로 넓게 벌려서며 하메스 로드리게스와의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고, 매서운 크로스로 상대 골문을 압박했다. 마치 평소의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의 역할을 섞은 듯 했다.

평소처럼 페널티 지역 안쪽에 머무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공격 진영 곳곳을 누비며 AT마드리드 수비진을 괴롭혔다. 활발한 헤딩경합으로 소속팀의 볼 점유를 돕는가 하면, 때때로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상대 수비의 시선을 끌어 치차리토의 침투를 도왔다.

치차리토의 결승골 역시 이 같은 호날두의 달라진 성향에서 나왔다. 후반 43분 호날두는 하메스와 절묘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순간적으로 페널티지역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얼마든지 호날두가 직접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앞서 전반 막판에도 이와 비슷한 찬스를 맞이했지만, 얀 오블락의 선방에 막힌 바 있었다. 오블락이 타이밍 좋게 전진해 호날두의 슈팅 각도를 좁혔기 때문. 오블락은 이번에도 호날두의 슈팅을 확신하고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호날두는 옆에 있던 치차리토를 향해 발끝으로 툭 밀어줬다. 이번 8강전 2경기 내내 환상적인 선방을 보여온 오블락조차 한 템포 늦게 반응할 만큼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다. 치차리토는 오블락의 손끝을 피해 빈 골문으로 정확하게 차넣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챔스 4강으로 이끄는 한 방이었다. 치차리토는 경기 후 "호날두의 어시스트는 정말 대단했다"라고 칭찬했다.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AT마드리드를 상대로 7경기에서 3무4패의 굴욕을 당하고 있었다. 수페르코파,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레이) 등 중요한 고비마다 가로막혔다. 하지만 한 해를 결산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마침내 첫 승을 따냈다. 챔스 4강으로 가는 귀중한 1승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4강에서 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등 힘겨운 상대들과의 일전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날 호날두는 자신이 에이스 뿐만 아니라 '가자미' 역할도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호날두를 막는 수비수들은 더욱 괴로워질 전망이다.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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