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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의 자존심' 슈퍼매치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그래도 '소소한 재미'는 있었다. 90분내내 이어진 양 감독의 '밀당'은 왜 슈퍼매치인지를 새삼 실감케 했다.
최 감독은 1대5로 대패한 후 스리백을 다시 꺼내들었다. 수비라인도 안정을 찾았다. 예상대로 박주영과 정조국이 투톱을 근간으로 한 3-5-2 시스템을 재가동했다. 차두리는 통증이 남아 선발에서 제외됐다. 서 감독도 전망을 비켜가지 않았다. 정대세를 원톱으로 한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2선에는 홍 철 산토스 이상호 염기훈이 위치했다.
뚜껑이 열렸다. 5대1과 1대5의 여운을 떨칠 수 없었다. 서 감독은 전반내내 라인을 끌어올리지 않았다. 원정인데다 서울이 충격을 털어내기 위해 덤빌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리수를 두지 않은 가운데 철저하게 탐색전을 펼쳤다. 서 감독의 "전반에 상대 수비에 숫자를 많이 두다보니 고전을 했다"고 했지만 수원 선수들은 철저한 계산 속에 움직였다.
"복수심이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최 감독의 우려도 반영됐다. 볼점유율을 높이며 서울의 색깔대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전반 볼점유율은 서울이 55, 수원이 45였다. 골이 터지면 불이 붙을 수 있었지만 2% 부족했다. 문이 열릴 수 없었다. 수원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뚫는 데 애를 먹었다. 최 감독은 "상대가 전반에 상당히 수비적으로 나와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주심도 조심스러웠다. 수원의 최재수는 전반 38분 한 차례 경고가 있었다. 7분 뒤 또 한번 도발했다. 명백한 경고성 파울이었지만 옐로에 이은 레드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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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전반과는 달리 후반은 부산했다. 서 감독은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전반에 서로 치고 받는 공방전이 없었다. 후반에는 앞쪽에서 전방 압박을 하면서 강하게 하자"고 주문했다. 먼저 승부수를 띄웠다. 최재수를 빼고 권창훈을 투입했다. 연쇄 변화가 있었다. 염기훈이 왼쪽, 이상호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측면 미드필더와 수비를 오간 홍 철은 왼쪽 윙백으로 고정됐다. 권창훈이 가세하면서 공격에 활력을 찾았다. 수원의 상승기류가 뚜렷했다.
최 감독은 후반 11분과 24분 윤주태, 몰리나에 이어 36분 에벨톤을 차례로 투입했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서울이 다시 키를 잡았다. 에벨톤을 투입하면서 시스템도 바꿨다. 포백으로 전환했다. 공격에 숫자를 늘렸다. 그러나 문전에서의 세밀함이 떨어지면서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최 감독은 "상대 2선이 헐거워진 느낌을 받아 포백으로 전환했다.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자 에벨톤의 침투를 기대했다. 결정력이 아쉬웠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경기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원도 후반 41분 산토스가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김용대의 선방에 막혔다. 서 감독은 "후반 공격적으로 나가기 위해서 변화를 줬다. 주도권을 잡고 찬스도 많이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골을 넣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올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미련은 남았다. 수원은 승점 30점으로 2위를 지켰다. 서울은 승점 27점을 기록, 승점 차를 3점차로 유지했다. 세 번째 슈퍼매치는 9월 20일 열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