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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후회된다."
부산의 사령탑 자격으로 윤 감독의 마지막 인터뷰는 12일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가 열리기 전이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감독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윤 감독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경기운영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윤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신인 김진규와 이규성을 거명하며 "이왕이면 빨리 기용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후회스럽고, (해당 선수에게)미안하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우리 팀 경기가 안풀릴 때에는 기존 멤버들이 뭘 한다고 해도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김진규-이규성이 들어오면서 전에 보기 힘들었던 논스톱 패스도 나오는 등 축구센스와 투지가 돋보였다"면서 "김진규와 이규성은 갖고 있는 능력이 선배들을 긴장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평소 팀훈련 때부터 김진규 이규성이 좋아보였다고 한다.
윤 감독이 그런 재목을 빨리 기용하지 못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항상 코치들과 출전 엔트리를 놓고 회의를 하는데 김진규 이규성을 추천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감독이 "내가 보기엔 괜찮은 애들인데 왜 (엔트리 명단에)적어내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피지컬(신체능력)이 아직 미흡하다'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나왔다. 윤 감독은 "그래 알았다"며 체념하는 심정으로 김진규 이규성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부산의 경기력과 성적은 나아진 게 없었다. 결국 윤 감독은 "언제까지 이런 축구를 해야겠느냐"며 김진규 이규성 출전을 밀어붙였고 효과를 봤다.
윤 감독 딴에는 '한 명의 머리보다 여러 명의 머리를 맞대면 좋을 것'같아서 '민주적인' 의견수렴을 채택한 것인데 민주적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코치들 탓을 하는 게 아니다. 윤 감독은 "이제와서 누구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감독으로서 강력하게 밀고 나갈 일에 강단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의 잘못"이라고 후회했다.
윤 감독이 이런 후회를 했다는 점에서 부산 구단 내부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윤 감독은 지난해 한동안 최하위로 추락했을 때에도 선수 기용을 놓고 이런 후회는 물론 감독으로서 권한에 아쉬움을 표한 적이 없다. 올 시즌처럼 감독으로서 추진력을 내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지지도 않았다.
작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라고는 '약화된 팀 전력'과 프런트 고위층이다. 전임 사장과 단장이 퇴진하고 신임 변명기 사장과 사무국장이 새로 왔다. 약해진 전력은 이유가 안된다. 윤 감독은 평소 "전력보강이 아쉽지만 구단 형편에 맞게 어떻게든 끌고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 감독이 진작에 감독으로서 권한을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 수 없었던 주변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도자 출신의 한 체육인은 "모든 프로 종목이 다 그렇다. 감독이 선수를 기용하는데 코치진 의견을 언제든지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의 구상을 자신있게 관철시키지 못할 정도라면 보이지 않는 압박이나 부담감이 감독의 힘을 흔들었을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영역은 서로 존중돼야 하는데 흔히 '갑'의 입장인 구단측이 선을 넘으면 감독-코치진은 흔들리고 분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감독의 마지막 후회에는 대놓고 말할 수 없은 고충이 숨어있던 듯하다.
한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1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 자격으로 이례적으로 윤 감독의 사퇴와 관련해 사과문을 올렸다.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최근 저희 구단이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부산 아이파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성적부진을 책임지고 사퇴한 윤성효 감독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