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772명이 운집한 올스타전, K리그의 희망이었다

최종수정 2015-07-20 07:39


그라운드에 모든 조명이 꺼졌다.

"오~오~ 내 사랑 K리그…", 응원곡이 울려퍼지자 형형색색의 불꽃이 안산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팬들은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K리그도 불꽃과 함께 비상했다.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년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이 화려하게 문을 닫았다.

어느 해보다 우려가 컸다. 비상시국이었다. 여름 이적시장 기간인 K리그는 중국과 중동 시장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스타에 뽑힌 별들이 하나, 둘 해외로 떠났다. '황사 머니'와 '오일 머니'의 위력에 K리그는 초라해 보였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애로 사항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선수들이 이적 등으로 많이 이탈했다. 우리팀이 더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팀 슈틸리케'의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한탄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샘솟았다. 어느 해보다 감동이 물결쳤다. 서울을 떠난 한 여름 밤의 '축구 축제'는 또 다른 변곡점이었다. 안산 와스타디움에는 2만4772명이 운집했고, K리그는 심기일전했다. 축구는 진지했고, 세리머니는 더 기발했다.

사령탑들도 향수에 젖었다. "예전과 다르게 축제 분위기나 이벤트 경기가 아니었지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소속팀에 돌아가면 리그에서 치열한 순위다툼을 해야 한다. 팬들도 K리그에 아낌없는 사랑을 해주시면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할 것이다. 계속해서 K리그에 많은 사랑을 부탁드린다." '팀 최강희'의 수장인 최강희 전북 감독의 바람이었다. "자리를 빛내준 선수와 관중에게 감사하다. 이런 잔치에 '2만5000명'이 와서 기쁘다." 슈틸리케 감독의 감격이었다.

그라운드에도, 관중석에도 미소가 활짝 폈다. 이벤트의 무늬를 지웠다. 초청 선수는 없었다. 순수 K리거들로 두 팀을 채웠다. K리그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6골이 터졌다. 사이좋게 3골씩 주고받았다. '팀 최강희'와 '팀 슈틸리케'는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2015 K리그 올스타전 팀 최강희 vs 팀 슈틸리케 경기가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팀 최강희 김호남이 역전골을 넣은 후 최강희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러 달려가다 방향을 바꿔 슈틸리케 감독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날 올스타전은 공식 경기 외에 하프타임 이벤트로 2015 올스타 릴레이 경기가 벌어졌다. 릴레이의 첫 주자는 걸그룹 CLC가 맡아 눈길을 끌었다.
또 CLC와, AOA, 비스트가 축하공연을 펼쳐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17/
출발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골이 터지자 '재미'가 가미됐다. 전반 10분 '팀 슈틸리케'의 주장 염기훈(수원)이 골문을 열자 색다른 기쁨을 선사했다. 세리머니가 백미였다. 염기훈은 곧바로 코너킥 깃대를 뽑아 들고 벤치로 뛰어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깃대를 건넸다. 선수들이 두 줄로 도열한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은 깃대로 골프 드라이버 티샷을 했다. 골프 공은 물병이었다. 그러나 '굿샷'은 아니었다. 스윙 도중 깃대가 부러져, 헛스윙이 됐다. 그래도 선수들은 "나이스 샷"을 외쳤다.

'팀 최강희'는 전반 27분 맞불을 놓았다. 전반은 1-1로 막을 내렸다. 골이 다소 부족한 듯 했지만 후반 골소나기를 위한 전주곡이었다. 후반 무려 4골이 터졌다. 2골씩을 더 주고 받았다. '팀 최강희'의 김호남(광주)의 세리머니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른바 사심 가득한 '아부 뒷풀이'였다. 후반 18분 팀의 세 번째골을 터트린 그는 팀 동료와 최강희 감독을 외면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적장인 슈틸리케 감독이 앉아 있는 상대팀 벤치를 향해 달렸다. 김호남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포옹을 한 뒤 악수까지 건넸다. 대표팀에 뽑아달라는 '무언의 몸부림'이었다. 그라운드는 박장대소로 물결쳤다.


두 사령탑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본인의 모습을 더 보여주려고 열심히 뛰었고,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엄지를 세웠다. 반면 최 감독은 "김호남을 전북에 데려와서 벤치에만 앉힐까 잠깐 고민도 했다"고 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올스타전에서 5번째 MVP(최우수선수)를 노린 이동국(전북)도 눈에 띄었다. 양념이었다. '몸 개그'로 특별한 볼거리를 선물했다. 몇 차례 슈팅 기회에서 의욕이 앞선 나머지 좀처럼 하지 않는 실수를 연발했다. 발리슛 기회에 헛발질을 했고, 골지역으로 떨어지는 볼을 오버헤드킥으로 차 넣으려다 뒤로 넘어졌다. 득점은 '제로'였다. 최 감독은 "이동국이 골 못 넣은 이유는 릴레이 때문"이라고 변호했다. 그래도 이동국의 몸 개그는 'MVP급'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제 K리그는 다시 전장에 선다. 더 처절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유니폼은 다르지만 모두가 최고를 향해 다시 전진한다. 2015년 올스타전은 K리그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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