헹가래 받으며 퇴장한 차두리, 그는 K리그 꿈이었다

최종수정 2015-07-20 07:39

2015 K리그 올스타전 팀 최강희 vs 팀 슈틸리케 경기가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팀 최강희 주민규가 후반 골을 넣은 가운데 선수들이 차두리를 헹가래치고 있다.
이날 올스타전은 공식 경기 외에 하프타임 이벤트로 2015 올스타 릴레이 경기가 벌어졌다. 릴레이의 첫 주자는 걸그룹 CLC가 맡아 눈길을 끌었다.
또 CLC와, AOA, 비스트가 축하공연을 펼쳐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17/

35세의 차두리(서울)는 올 시즌이 현역 인생의 종착역이다.

2015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피날레 무대가 K리그라 더 특별하다. 2013년 4월 그는 은퇴와 현역의 사선에서 K리그와 손을 잡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그는 독일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줄곧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차두리의 K리그 등장은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모델이었다. 숱한 화제를 뿌렸고,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올초 서울과 1년 계약을 연장한 그는 이미 '시한부 현역'을 선언했다. 11월 29일 K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은퇴한다.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은 또 하나의 역사였다.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올스타전이었다.

K리그 올스타전은 '흥분'으로 출발했다. 유럽에는 올스타전이 없다. K리그 입성과 동시에 그는 '0순위' 올스타였다. 2013년 첫 경험이었고, 2014년에도 올스타 무대를 밟았다. 올해에는 최다 득표로 대미를 장식했다. 팬 투표 초반부터 선두에 오른 그는 12만5929표를 득표했다. 2위 김승대(포항·11만8457표)와의 표차는 무려 7472표였다. 압도적인 1위였다.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차두리는 "많은 분들이 표를 찍어줘 감사하다. (한 표를 행사한)어머니에게 먼저 감사해야 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 후 "올스타전은 유럽에선 없었다. K리그에서 첫 경험을 했는데 즐겁고 뜻깊었다. 다른 팀 선수들과 얘기하고, 훈련하고, 행복했다. 나이가 꽉찬 내가 후배들의 표를 빼앗아 미안한 마음이지만 즐거운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웃었다.

그 날이었다. 내심 처음이자 마지막 MVP(최우수선수)도 바란 듯 했다. 그는 11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경기인 포항전에서 기다리고 기다린 K리그 데뷔골을 쏘아올렸다. "흡혈귀가 피맛을 봤기 때문에 올스타전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득점을 하고 싶다."

말 뿐이었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팀 최강희'의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격한 그는 철저하게 선을 지켰다. 측면 수비와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동시에 한 여름 밤의 축제도 즐겼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26분 레오나르도(전북)가 동점골을 터트리자 '기념촬영 세리머니'로 그 순간을 만끽했다. 그는 홀로 A보드 위에 올라 정점에서 동료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전반을 '풀타임' 소화한 그는 하프타임의 릴레이 레이스를 끝으로 그라운드에서 물러났다. 끝이 아니었다. 그를 위한 '최후의 쇼'는 남았다.

벤치를 지켰지만 후반 15분 다시 등장하며 클라이맥스를 연출했다. '챌린지 스타' 주민규(이랜드)가 후반 15분 두 번째 동점골을 터트리자 선배인 45세 김병지(전남), 36세의 이동국(전북)과 후배들이 모두 벤치에 있는 차두리에게 달려갔다. '감동의 세리머니'가 연출됐다. 주민규는 차두리를 그라운드로 '모시고' 나왔고, '팀 최강희'의 전원이 떠나는 그를 위한 헹가래 세리머니를 펼쳤다. 차두리는 세 차례 와스타디움의 허공을 날랐다.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그로선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2015 K리그 올스타전 팀 최강희 vs 팀 슈틸리케 경기가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팀 최강희의 레오나르도가 동점골을 넣자 선수들이 함께 모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올스타전은 공식 경기 외에 하프타임 이벤트로 2015 올스타 릴레이 경기가 벌어졌다. 릴레이의 첫 주자는 걸그룹 CLC가 맡아 눈길을 끌었다.
또 CLC와, AOA, 비스트가 축하공연을 펼쳐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17/

2만4772명이 운집한 올해 올스타전에선 6골이 터졌다. 사이좋게 3골씩 주고받았다.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MVP는 1골-1도움을 기록한 '팀 슈틸리케'의 주장 염기훈(수원)의 몫이었다.

'팀 최강희'의 주장 차두리는 MVP 못지 않았다.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최고의 주인공으로 대우받았다. 차두리도 황홀했다. 그는 "저쪽에서 워낙 진지하게 나와서 경기에 집중하느라 세리머니를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세리머니보다 경기에 집중한 올스타전은 처음이었다"며 "뛰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즐거워야 하는 올스타전이다. 많은 걸 보여주면 팬들도 좋아하지만 상대 수비가 워낙 타이트했다. 진지함을 앞세우는 것도 어찌보면 진짜 축구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헹가래의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해서는 "나이 많은 병지 형과 동국이 형도 있었는데"라며 쑥스러워 한 후 "처음 받아봤다. 기분이 묘했고 좋았다. 후배인 손준호가 생각해냈다고 하더라. 곧 포항하고 경기하는데 참 기특하다. 즐겁고, 좋았다"고 했다. 입꼬리가 올라간 그의 표정은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

서울은 22일 포항과 FA컵 8강전을 치른다. 차두리는 포항의 중원사령관인 손준호와 적으로 만나야 한다. 다시 실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차두리로선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올스타전이었다.

차두리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K리그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팬들은 박수 받을 때 떠나려는 그의 마지막이 아쉽다. 그래도 '차두리 헹가래'에 K리그의 꿈이 담겼다. 은퇴까지 번복하며 K리그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는 충분히 안산의 하늘을 가를 만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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