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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의 차두리(서울)는 올 시즌이 현역 인생의 종착역이다.
K리그 올스타전은 '흥분'으로 출발했다. 유럽에는 올스타전이 없다. K리그 입성과 동시에 그는 '0순위' 올스타였다. 2013년 첫 경험이었고, 2014년에도 올스타 무대를 밟았다. 올해에는 최다 득표로 대미를 장식했다. 팬 투표 초반부터 선두에 오른 그는 12만5929표를 득표했다. 2위 김승대(포항·11만8457표)와의 표차는 무려 7472표였다. 압도적인 1위였다.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차두리는 "많은 분들이 표를 찍어줘 감사하다. (한 표를 행사한)어머니에게 먼저 감사해야 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 후 "올스타전은 유럽에선 없었다. K리그에서 첫 경험을 했는데 즐겁고 뜻깊었다. 다른 팀 선수들과 얘기하고, 훈련하고, 행복했다. 나이가 꽉찬 내가 후배들의 표를 빼앗아 미안한 마음이지만 즐거운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웃었다.
전반을 '풀타임' 소화한 그는 하프타임의 릴레이 레이스를 끝으로 그라운드에서 물러났다. 끝이 아니었다. 그를 위한 '최후의 쇼'는 남았다.
벤치를 지켰지만 후반 15분 다시 등장하며 클라이맥스를 연출했다. '챌린지 스타' 주민규(이랜드)가 후반 15분 두 번째 동점골을 터트리자 선배인 45세 김병지(전남), 36세의 이동국(전북)과 후배들이 모두 벤치에 있는 차두리에게 달려갔다. '감동의 세리머니'가 연출됐다. 주민규는 차두리를 그라운드로 '모시고' 나왔고, '팀 최강희'의 전원이 떠나는 그를 위한 헹가래 세리머니를 펼쳤다. 차두리는 세 차례 와스타디움의 허공을 날랐다.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그로선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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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4772명이 운집한 올해 올스타전에선 6골이 터졌다. 사이좋게 3골씩 주고받았다.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MVP는 1골-1도움을 기록한 '팀 슈틸리케'의 주장 염기훈(수원)의 몫이었다.
'팀 최강희'의 주장 차두리는 MVP 못지 않았다.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최고의 주인공으로 대우받았다. 차두리도 황홀했다. 그는 "저쪽에서 워낙 진지하게 나와서 경기에 집중하느라 세리머니를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세리머니보다 경기에 집중한 올스타전은 처음이었다"며 "뛰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즐거워야 하는 올스타전이다. 많은 걸 보여주면 팬들도 좋아하지만 상대 수비가 워낙 타이트했다. 진지함을 앞세우는 것도 어찌보면 진짜 축구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헹가래의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해서는 "나이 많은 병지 형과 동국이 형도 있었는데"라며 쑥스러워 한 후 "처음 받아봤다. 기분이 묘했고 좋았다. 후배인 손준호가 생각해냈다고 하더라. 곧 포항하고 경기하는데 참 기특하다. 즐겁고, 좋았다"고 했다. 입꼬리가 올라간 그의 표정은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
서울은 22일 포항과 FA컵 8강전을 치른다. 차두리는 포항의 중원사령관인 손준호와 적으로 만나야 한다. 다시 실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차두리로선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올스타전이었다.
차두리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K리그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팬들은 박수 받을 때 떠나려는 그의 마지막이 아쉽다. 그래도 '차두리 헹가래'에 K리그의 꿈이 담겼다. 은퇴까지 번복하며 K리그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는 충분히 안산의 하늘을 가를 만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