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래 감독의 훈훈한 고백"김병지,내가 너 좋아한다"

기사입력 2015-07-27 08:30


2015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23라운드 경기가 26일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 하프타임 때 전남 노상래 감독과 김태영 코치가 김병지에게 700경기 출전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전남 골키퍼 김병지는 1992년 울산 현대에서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밟은 이래 24년 동안 선수생활을 이어오며 프로 7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광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26/

전남 드래곤즈가 김병지의 통산 700경기에서 값진 승리와 함께 3년 묵은 제주 징크스를 동시에 털어내고 활짝 웃었다.

26일 전남-제주전 하프타임 '김병지와 동갑내기' 1970년생 절친 동기인 노상래 감독, 김태영 코치가 나란히 선 장면은 아름다웠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K리그와 대표팀에서 함께 공을 차며 꿈을 나눈 에이스들은 2015년 전남에서 의기투합했다. 전남의 레전드인 '공격 달인' 노 감독과 '수비 달인' 김 코치, '그라운드 최후방 코치' 김병지가 함께하는 올시즌 전남은 강하다. 리그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홈에서는 단 1패만을 허했다. 하석주 전 감독의 레거시를 계승한 노 감독이 동기들과 최강의 하모니, 끈끈한 응집력, 단단한 분석력으로 무장하며 K리그 강팀으로 거듭났다. 김병지의 700경기, 제주전은 노 감독에게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였다. 지난 3년간 10경기 무승의 지독한 징크스에 시달려왔다. 김병지는 첫 100경기를 제외한 200~600경기 기념일 경기에서 모두 패한 징크스가 있다. 지난해 제주를 상대로 6실점, 개인 최다 실점도 기록했다.

이종호의 선제골, 오르샤의 2골 1도움에 힘입어 전남이 제주에 3대1로 승리했다. 제주 징크스, 기념일 징크스를 훌훌 털어내고 활짝 웃었다. 김병지의 700경기에 누구보다 세심하게 신경을 쓴 노 감독은 하나로 똘똘 뭉친 선수단의 쾌거에 흐뭇함을 드러냈다. "지난 2주간 병지 때문이 아니라 팀적인 부담감이 있었다. 김병지 선수나 우리 선수들을 늘 믿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팀으로서 한마음이 됐다는 게 오늘 경기의 가장 큰 의미다."

노 감독은 경기전 선수들에게 김병지의 700경기로 부담을 주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 '광양루니' 이종호의 말은 달랐다. "병지삼촌은 '나 때문에 경기 하지 말라. 너희에게 부담주기 싫다' 하셨는데 노 감독님이 은근히 훈련때 부담을 주셨다. '삼촌 신경쓰지 말라'는데, 은근히 신경쓰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셨다"는 조크로 취재진을 웃겼다. 노 감독의 해명도 이어졌다. "병지가 첫 100경기만 빼고 200경기부터 600경기까지 다 졌다기에 '병지를 뺄까 생각중'이라고 말한 것뿐"이라고 발뺌하더니 "사실 압력은 아닌데 압력을 받았던 것같다"고 실토했다. "선수들이 내 말을 다 알아들은 것같다. 오늘 미팅하면서 의미가 있는 경기지만 마음으로 행동으로 보여줘야 더 의미 있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감독의 생각대로, 팀적으로 한마음이 돼준 게 그저 고맙다"고 했다.

하프타임 노 감독이 김병지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김태영 코치는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들의 마음을 모아 '팀2002'가 준비한 꽃바구니를 선물했다. 노 감독은 "내 꽃다발이 김 코치것보다 작더라. 병지한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큰 거 다시 갖다준다고 전해달라"며 농담했다. "경기 끝나고 짠했다. 김태영, 김병지와 1995년 프로 무대에서 처음 만났을 때가 스쳐 지나가더라"고 했다. 축구 청년들의 20년 우정이 2015년 전남 광양 그라운드에서 활짝 꽃피었다. 노 감독은 "병지가 아직까지 선수생활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룰 수 없는 큰 일을 이룬 데 대해 정말 대단하다 생각한다. 친구지만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3명이서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뜻깊고 보람있고 마음이 짠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축하 메시지를 요청하는 취재진에게 노 감독은 뜻밖의 사랑 고백을 했다. "김병지와 한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일하지만 나는 늘 동반자라 생각한다.후배들을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 축하한다"더니 '절친' 김병지를 향해 훈훈한 사나이 고백을 했다. "병지야, 내가 너 좋아한다. 너도 다 사랑하지?"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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