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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슈틸리케호엔 한 달 전의 향수가 남아 있었다.
K리거와 유럽파의 시너지가 돋보였다. 동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스피드와 개인기의 강점에 세련미가 더해졌다. 좌우 날개로 포진한 손흥민과 이청용은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라인을 교란시켰고, 이를 통해 나머지 공격수들에게 더 많은 공격 옵션을 제공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포진했던 이재성은 뛰어난 위치 선정 및 마무리 능력으로 동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패스 시발점인 기성용의 지원 역할에만 머물던 나머지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선 권창훈이 적극적인 공격 가담 능력 및 수비 역량을 뽐내면서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 그동안 박주호(28·도르트문트)가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김진수(23·호펜하임)의 단독질주가 예상됐던 왼쪽 풀백 자리에는 홍 철(25·수원)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경쟁체제가 열렸다.
동아시안컵과 9월 A매치 2연전 모두 방점은 '승리'에 찍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실험'이라는 복선도 깔려 있었다. 동아시안컵이 K리거들의 역량 확인의 무대였다면, 9월 A매치 2연전은 그동안 핵심 전력 역할을 해온 유럽파 선수들이 신예들과 공존할 수 있는 지를 가늠하는 무대였다. 손흥민 구자철 박주호가 이적절차 마무리 문제로 2경기 모두 뛰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이나,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8~9월 5차례 경기에서 드러난 결과물은 향후 슈틸리케호의 러시아행 여정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발굴한 새로운 자원과 기존 선수들의 역할을 적절히 분배하면서 최종예선까지 기본적인 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선 과정 속에서 일부 신예의 발굴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으나, 두 달간의 여정을 통해 자리를 잡은 슈틸리케호의 기본 운영 철학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