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FA컵 우승 최용수 감독 "황선홍 감독 뒤통수 칠 줄 몰랐다"

기사입력 2015-11-15 17:54



FC서울은 수도 서울의 유일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팀이다.

서울의 감독으로 산다는 것은 매순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스포트라이트의 색깔은 더 강렬하다. 환희도 크지만 부진에 빠지면 '욕 세례'의 중심에 선다. 가족에게 미안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지 벌써 다섯 시즌이 흐르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44)의 이야기다.

2011년 4월 갑자기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은 2010년 10년 만의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환희는 오래가지 않았다. 우승 후유증일까, 팀이 초반부터 위기에 빠졌다. 최 감독이 소방수로 등장했다. 호적으로 1973년생이지만 그는 연세대 90학번, 1971년생이다. 만 40세에 감독대행 타이틀을 얻었다. 주위에선 "너무 빠르다"는 소리도 들렸지만 그는 세상에 나올 자신이 있었다. "코치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보냈다. 다만 눈은 감고 있지 않았다." 그는 2006년 플레잉코치로 뛰다 8월 은퇴식을 치른 후 본격적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축구판에서는 질시의 대상이었다. 지난해까지 그는 클래식에서 막내 사령탑이었다. 감독 첫 해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한 후 '대행' 꼬리표를 뗐다. 2012년 K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 해 K리그 개막전에서 최고의 외인 스트라이커 데얀과 충돌했다. 기자회견장에서 '태업 논란'을 제기했다. 데얀이 고개를 숙였고, 그도 포용하면서 팀도 더 단단해졌다. 이어 승승장구하며 정상에 섰고, K리그 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선수 빨'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최 감독을 바라보는 눈은 인색했다.

2013년에는 K리그 4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데얀, 하대성, 아디가 떠났다. 지난해에도 이름값을 했다. ACL 4강, K리그 3위, FA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 다시 이별이었다. 김주영, 에스쿠데로 등이 이적했다. 특히 FA컵 준우승이 한이었다. 16년 만의 FA컵 결승 진출, 상대는 성남이었다. 대부분이 서울의 우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120분 연장 ?투에서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고, 승부차기에서 성남이 웃었다. 2-4, 그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2015년 서울은 K리그 3연패로 시작했다. '슬로 스타트'는 재연됐다. 리그 초반 12개팀 가운데 11위와 10위를 넘나들었다. 우울한 소식들로 가득했다. 어느덧 올 시즌 종착역인 11월이다. 서울은 웃고 있다. FA컵에서 드디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결승전에서 인천을 3대1로 꺾고 17년 만의 FA컵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그것으로 충분한 듯 했지만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일주일 후 열린 K리그, 라이벌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4대3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2라운드가 남았다. 서울은 현재 4위(승점 61)에 위치했다. 3위 수원과는 승점이 똑같다. 골득실(수원 +15, 서울 +9)에서 밀렸다. 2위 포항(승점 63)과의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다. 내심 2위를 노리고 있다.

FA컵 우승 후 최 감독의 평가도 달라졌다. '선수 빨'은 없다. 당당하게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12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FA컵 챔피언 최 감독과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FA컵 우승으로 올 시즌이 더 특별할 것 같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내 실수가 컸다. 소심한 전술로 판단 미스를 했다. 전북이 아닌 성남이 결승 상대로 결정되자 선수들도 우승컵을 거머쥔 듯 들떴다. 올해는 준비부터 달랐다. 훈련 때 직접 휘슬을 잡고 분위기를 다잡았다. FA컵에서 우승하면 ACL 진출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선수들에게 ACL 티켓이 목적이 돼선 안된다고 했다. 2012년 K리그 우승 후 2년 연속 ACL과 FA컵에서 준우승만 했다. 준우승의 흐름을 끊고 싶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오로지 우승컵에 포커스를 맞췄고, 결실을 이뤄냈다.

-솔직히 시즌 초반은 우울했다. 그 때 주장을 교체했는데.

우리 선수단 구성 자체가 개성이 강한 친구가 많다. 모두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팀도, 그 친구들도 과도기였다. 올 시즌 연령대에 변화가 있었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졌다. 중심을 잡을 친구가 필요했다. (고)명진이도 잘해왔지만 변화가 필요했다. (차)두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나부터 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싶었고, 충분히 잘 할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다. 물론 두리는 주장 제의를 두 차례 거절했다. 그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팀을 위해 맡겼다고 결심했다. 이후 팀도 안정감을 찾았다.

-박주영에 이어 아드리아노, 다카하기를 영입한 것도 반전이었다.

운이 좋았다. 주영이는 명예회복을 해주고 싶었다. 서울이 친정팀이고 나랑 교감도 계속 해왔다. 아드리아노는 지난해부터 유심히 관찰할 결과, 클래식의 경쟁력에 확신이 들었다. 골결정력 차원에서 그쪽 자리 보강이 필요했다. 다카하기는 ACL에서 만난 웨스턴시드니(호주)를 분석하면서 그 친구 장점을 많이 봤다. 하대성과 고명진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 조율 해 줄 수 있는 인물로 다카하기를 영입했다.

-박주영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주영이의 무릎은 고질이다. 그러나 수술을 하면 선수생명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좀 더 관찰을 해야하지만 현재로선 수술없이 재활로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올시즌 가장 큰 소득과 아쉬운 점은.

소득은 역시 사고의 변화다. 골키퍼 유상훈을 과감하게 선발로 썼다. 윤주태 김남춘 등 새로운 친구들도 빛을 봤다. 백업 자원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아쉬운 점은 역시 리그 초반의 슬로 스타트였다. 초반에 승점만 잃지 않았다면 마지막 K리그 우승 경쟁에도 탄력을 받았을 수 있었다. 감바 오사카와의 ACL 16강전 패배와 차두리의 은퇴도 아쉽다. FA컵 결승 진출의 1등 공신인 주영이가 결승전에 함께하지 못한 것도 아픈 기억이다.

-어느덧 5년차 감독이다.

매 경기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이다. 하면 할수록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도 생긴다.


최 감독은 7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중국의 프로팀이 장쑤 순톈에 계약기간 2년6개월, 연봉 총액 50억원에 영입 제의를 했다. 구단주의 재가가 떨어질 정도로 거부하기 쉽지 않은 제안이었다. 최 감독도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의리를 선택했다. 최 감독은 FA컵에 우승한 후 "올 시즌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만약 중국행을 선택했다면 FA컵 우승컵도 들지 못했을 거다.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FC서울 감독으로 내가 천년만년 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공을 들이고. 선수들을 영입하고 성장 과정을 지켜본 시간들이 눈에 밟혔다. 차두리 박주영은 물론 여름이적시장에서 다카하기와 아드리아노도 영입했다. 선수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라이벌인 황선홍 포항 감독(47)도 중국행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중국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황 감독이 나를 못 가게 잡았다.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동안 선홍이 형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다. 그러나 올 시즌을 끝으로 포항을 떠난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 이렇게 뒤통수 칠 지 몰랐다(웃음). 선홍이 형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고 갈 영향력 높은 지도자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에 박수를 보낸다. 형님의 선택에 무한지지를 보낸다. 1년 동안 잘 충전해서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차두리의 은퇴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경은.

두리에게 직접적인 표현을 못했지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두리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만 좋았을 때와 힘들었을 때가 있었다. 두리와 난 말이 필요없었다. 믿음이 있었다. 3년 동안 재미있게 달려왔다. 또 두리가 독일에서 은퇴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왜 포기를 할까 의아해했다. 마무리를 아름답게 포장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접촉을 했고, 짜여진 각본대로 마무리가 잘 됐다. 정말 아쉽지만 내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내년 시즌, 서울은 어떤 그림인가.

전술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선수 수급에 따라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2~3가지를 가져갈 것이다. 또 두리와 군에 입대하는 이웅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강도 해야 한다. ACL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우승은 하늘에 맡기겠다. 몇 번의 성공, 도전, 실패로 경험하면서 이루지 못할 꿈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웨스턴 시드니도 샐러리캡으로 인해 값비싼 용병이 없었지만 ACL에서 우승했다. K리그에선 일단 슬로 스타트에서 탈출하는 것이 목표다. 매 경기 진중하게 접근하겠다.

최 감독은 마지막으로 "변화 없이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절대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시즌을 향해 이미 변신을 시작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그가 걸어온 길이다. 최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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