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황선홍 감독의 뒤를 이를 차기 사령탑으로 최진철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포항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10대 감독으로 최 감독을 선임했다. 최 감독은 22일 오후 계약 체결에 합의한 뒤 향후 2년간 포항을 이끌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스포츠조선은 지난 10일 '최진철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 포항 차기 사령탑 내정'이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당초 포항은 시즌이 종료되는 29일 최종전을 마치고 신임 감독 선임 프로세스에 돌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대비한 선수단 구성을 비롯해 동계전지훈련 등 현안 준비가 중요하다고 판단, 조기에 감독을 선임하게 됐다.
오현고-숭실대 출신인 최 감독은 1996년 전북에서 프로에 데뷔해 12년간 312경기에 출전, 28골-11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현역 시절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축 수비수였다. 또 2006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독일월드컵에 출전, 베테랑 수비수로 뛰었다.
이후 2008년부터 강원FC 수비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은 최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거쳐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프로 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감독은 최근 막을 내린 칠레 국제축구연맹(FIFA) 칠레 U-17(17세 이하) 월드컵에서 감독으로서 꽃망울을 터뜨렸다. FIFA 징계로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던 '코리안 메시' 이승우(17·바르셀로나 B)를 완벽 부활시켰고, 조별리그 1차전에서 브라질을 1대0으로 격파하며 지구촌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했다. 경우의 수 없이 2승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며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FIFA 주관 대회에서도 브라질을 꺾은 것도 최초였고, 2연승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도 남자 축구 사상 처음이었다. 비록 16강에서 여정이 멈췄지만 그의 지도력은 인정받았다. '최진철 매직'이란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최 감독의 내정은 파격적이다. 포항은 그 동안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긴 했지만, 현역 시절 포항 출신인 지도자를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전통성을 만들어나갔다. 지난달 29일 황 감독이 포항과의 결별을 발표한 이후에도 포항 출신인 지도자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포항은 이번 차기 사령탑 후보군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폭넓은 범위에서 여러 후보들을 올려놓고 다각도로 검토했다. 결국 전북 현대에서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최 감독을 선임하게 됐다.
신영권 포항 사장은 "변화, 발전, 미래를 모토로 삼고 있는 최 감독의 축구철학과 포항이 가고자 하는 운영 방향과 잘 일치한다. 포항 경쟁력 유지의 원동력 중 큰 부분인 유소년 시스템과 프로 선수단과의 체계적인 연계로 포항 특유의 축구 시스템을 유지 발전시켜나가겠다. 이를 통해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를 배출하여 한국 축구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수비수지만 수비축구를 지향하지 않는다. 공격적이고 스피드한 경기 운영을 선호한다. 포항 스타일과 새로운 접목을 통해 포항 팬들이 좋아할 수 있는 축구스타일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팬들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