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신욱 영입, '철옹성' 이동국 입지 흔들리나

기사입력 2016-02-01 11:35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김신욱(28)의 전북행이 임박하면서 '전북맨' 이동국(37)의 입지가 관심이다.

상생이냐, 은퇴 수순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은 이동국 천하였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그는 4번이나 팀에 별을 선물했다. MVP(최우수선수)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올 초부터 불어온 변화의 바람에 이동국도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들즈브러(잉글랜드)와 결별한 후 2008년 성남 일화에 입단했던 이동국은 14경기서 단 2골에 그치는 초라한 기록을 남겼다. 모두가 '끝났다'는 말을 되뇌일 때 손을 내밀어 준 이가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이동국 영입 소식에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병풍'을 자처했다. '이동국이 부진하면 나도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동국은 전북 입단 첫해였던 2009년 32경기서 22골을 기록하면서 첫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3번이나 더 별을 따내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이동국은 '최강희의 페르소나'였다.

그런데 올 시즌 이동국의 존재감은 또 달라지고 있다. 후배 권순태(32)에게 '캡틴'의 자리를 넘겼다. 이동국은 2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차면서 전북의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이끌었다. 프로인생 16년 만에 처음으로 찬 완장의 힘은 엄청났다. '나'가 아닌 '우리'로 시야를 넓히면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7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도 세웠다. 그에게 주어진 주장 완장은 최 감독의 무한신뢰를 증명하는 표상이었다. 하지만 올해 캡틴의 자리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 변경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전북 선수단 내에서 이동국이 차지하는 위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해석을 하기엔 충분하다.

김신욱(28)의 가세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이동국이 전북에서 전술적으로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했다. 에닝요, 루이스, 레오나르도, 이근호, 에두 등 숱한 스타들이 거쳐간 전북 스쿼드지만 정점은 언제나 이동국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인사이드형 4-2-3-1 포메이션을 지향해 온 것 역시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이동국의 역량을 극대화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신욱이 가세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포스트 플레이 뿐만 아니라 발재간도 능한 김신욱을 정점으로 선택하면 전술운영의 폭은 그만큼 넓어진다. 더 이상 '이동국을 위한' 전술을 구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최 감독은 A대표팀 재임 시절 김신욱의 위력을 직접 확인했다. '오직 유럽' 만을 고집했던 김신욱 영입을 끈질기게 고집해 온 이유다. 실제 최 감독은 2월 초까지 김신욱 영입 건을 마무리 지어 달라는 입장을 구단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의 구상대로 김신욱이 새롭게 합류하게 되면서 이동국이 예전 만큼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흔들림은 이동국 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전북 선수단 내의 공기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지난 수 년간 폭풍영입을 통해 A대표팀에 버금가는 스쿼드를 꾸렸다. 3개의 선발 라인업을 구상할 수 있다는 뜻의 '트리플 스쿼드'를 갖춘 팀으로 꼽힌다. 그러나 '모두가 최고'일 때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전북 이적 전까지만 해도 '최고'였던 일부 선수들이 평범하게 전락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난 바 있다. 최 감독의 로테이션과 이동국의 팀 내 장악력으로 덮어졌던 문제가 이번 김신욱 영입건으로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신욱 영입으로 전북은 K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손에 넣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간판 노릇을 한 이동국의 입지를 어떻게 정리할 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최 감독은 이동국-김신욱 간의 상생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K리그를 대표하는 두 공격수의 공존이 과연 가능할 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바람이 과연 현실이 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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