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개운치 않았던 '최다 연속무패' 신기록

기사입력 2016-06-26 21:16


전북의 이동국(오른쪽)이 2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또 한번의 무승부, 무패 신기록에도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전북이 16경기 연속 무패 신기록을 세우고도 활짝 웃지 못했다. 2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전북-광주 전은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전북은 K리그 최강의 스쿼드를 자랑한다. 하지만 광주는 선수층이 얇다. 그럼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경기장에 감돌았다. 두 팀 모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록'이 걸린 경기였다.

전북은 리그 15라운드까지 8승7무로 1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 2007년 당시 성남 일화(11승4무)가 작성했던 리그 최다 무패기록 타이. 광주전에서 지지만 않으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 전 "사실 기록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대단한 일"이라며 "선수들이 잘 해줘서 여기까지 왔다. 패하지만 않으면 기록을 경신할 수 있지만 승리로 달성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신기록이 있으면 제물이 있는 법. 남기일 광주 감독은 희생양이기를 거부했다. 남 감독은 경기 전 "안방에서 전북 축제의 제물이 되고 싶지 않다"며 "최근 전북에 계속 못 이겼다. 이번에 전북을 잡는다면 그 역시 기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는 전북과 역대 전적에서 3무5패로 단 한차례의 승리도 없었다.

눈에 불을 켠 선수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불꽃이 튀었다. 주도권은 전북이 쥐었다. 서서히 열기가 달아오르던 시점에 전북이 먼저 웃었다. 전반 19분 이재성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광주 정동윤의 발에 차이며 넘어졌고 바로 휘슬이 울렸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이동국이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으며 전북이 1-0 리드를 잡았다.

광주도 물러서지 않았다. 광주가 라인을 올리고 반격에 나섰다. 빠른 측면 공격을 통해 활로를 개척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북에 역습찬스를 내줬다. 전반 40분 로페즈가 아크 정면 부근에서 페널티박스 안 오른쪽까지 치고 들어간 뒤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 오른편으로 벗어났다. 그렇게 전반은 1-0 전북의 우세로 끝났다.

이어진 후반. 일진일퇴의 치열한 볼 쟁탈전이 벌어졌다. 팽팽하던 무게추는 후반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광주 쪽으로 기울었다. 집요하게 전북을 압박하던 광주는 후반 39분 김민혁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정조국이 오른발 슈팅으로 성공시키며 1-1을 만들었다.

원점으로 돌아간 승부. 더 이상의 환호 없이 종료 휘슬이 울렸다. 1대1 무승부. 전북은 적지에서 K리그 최다 무패 기록을 16경기로 늘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K리그 역사를 새로 쓴 날. 하지만 1골 차 우위를 지키지 못한 탓에 활짝 웃지는 못했다. 전북으로선 또 한번 패배 처럼 개운치 못했던 무승부였다.


광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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