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조커' 손흥민, A매치 후유증은 없었다

최종수정 2016-11-20 08:52

ⓒAFPBBNews = News1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에게 A매치는 항상 터닝포인트였다.

그것이 항상 좋은 의미인 것만은 아니었다. 경기를 잘하고 오면 분명 득이 됐다. A대표팀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리그에서의 부진을 탈출한 기억이 몇차례 있었다. 하지만 독이 된 적도 있었다. 지난 9월 카타르, 이란과의 2연전이 그 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러시아 원정 등 강행군을 펼친 손흥민은 한국, 이란을 오가는 살인적인 스케줄 속 체력 부담이 가중됐다. 설상가상으로 카타르전에서는 발목까지 다쳤다. 그 결과 9월에만 5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10월 들어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하지만 '에이스' 손흥민이 없는 A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한국축구의 러시아행 분수령이 됐던 15일 우즈벡전, 다시 한번 손흥민이 선봉에 나섰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날카롭고 경쾌한 움직임을 보였다. 손흥민은 우즈벡전을 4일 앞두고 열렸던 캐나다와의 친선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발목 부상으로 경기 대신 치료에 전념했다. 피곤했던 손흥민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같은 휴식이었다. 우즈벡전 기분좋은 역전승으로 자신감까지 끌어올렸다.

복귀한 토트넘은 정상이 아니었다. A매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빈센트 얀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리그에서 4연속 무승부에 그치며 5위에 머물고 있는 토트넘은 승리가 절실했다. 2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생소한 다이아몬드 4-4-2였다. 손흥민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다. 측면이 살아야 좋은 경기를 하는 토트넘이지만 활로를 뚫어줄 선수가 없었다. 전반을 0-1로 끌려가던 토트넘은 후반 6분 해리 윙크스가 동점골을 넣었지만 후반 23분 마누엘 란지니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다시 끌려갔다. 포체티노 감독이 승부수를 띄웠다. 27분 무사 뎀벨레를 빼고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이 왼쪽에 자리잡으며 토트넘의 주력인 4-2-3-1 포메이션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토트넘의 공격력이 살아났다. 손흥민은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웨스트햄의 측면을 지속적으로 노렸다. 중앙을 막는데 집중했던 웨스트햄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손흥민의 컨디션은 좋았다. 특유의 스피드가 돋보였다. 패색이 짙던 후반 44분 마침내 손흥민의 발끝에서 동점골이 터졌다. 손흥민이 왼쪽을 돌파하며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 볼을 해리 케인이 밀어넣었다. 환희는 잠시였다. 추가시간 또 한번 손흥민이 번쩍였다.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케인이 이를 성공시켰고 토트넘은 대역전승을 거뒀다.

손흥민이 혼자힘으로 만들어낸 역전승이었다. 영국 국영방송 BBC의 매치오브더데이에 출연한 '레전드' 앨런 시어러는 "손흥민이 경기를 바꿨다"고 극찬했고, 적장이었던 슬라벤 빌리치 웨스트햄 감독도 "손흥민이 잘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24분만 뛰었지만 영국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도 평점 6.4점을 부여하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부진했던 10월을 보낸 손흥민이 A매치 보약을 먹고 반전의 11월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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