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 달성' 여부로 시즌 성패를 판단한다면 제주의 올 시즌은 분명 '실패'다.
하지만 단순히 실패로 치부하기에는 제주에게 올 시즌은 너무나도 특별했다. 팀에 새로운 DNA를 새기기 시작한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그동안 두가지 이미지가 있었다. 하나는 강팀도, 약팀도 아닌 '애매한 팀'이었고, 다른 하나는 고비를 넘지 못하는 '유약한 팀'이었다. 모두 상대를 두렵게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승점을 쌓는 강팀과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였다. 스타급 미드필더와 특급 외인을 앞세운 나쁘지 않은 스쿼드, 짧은 패스 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기술축구라는 확실한 컬러에도 불구하고, 제주는 우승권에 접근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고비마다 스스로 무너졌다.
올 시즌 비로소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강팀' DNA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강팀이 되기 위한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 누구도 제주를 쉽게 보지 못했다. 전북조차도 제주와 붙으면 공격 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춘다. 제주는 내려서는 팀을 맞아 자기만의 축구를 이어나갔다. 올 시즌 제주가 치른 경기 중 주도권을 내준 경기는 거의 없다. 결과가 꼭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제주가 준비한 축구를 펼쳤다. 제주는 상대의 견제와 신경전에 맞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속에서 승점을 얻어냈다.
사실 제주의 스쿼드가 좋다고 하지만, 제주에서 우승을 경험하거나, 큰 경기에서 성과를 낸 선수는 거의 없다. 잠재력을 인정받거나, 하위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다. 마지막 순간 가장 중요했던 두번의 맞대결에서 전북에 모두 패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승을 해보고, 국제무대를 경험한 전북 선수들은 가장 중요한 순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열심히 뛰었지만, 제주에는 그 힘이 부족했다. 올 시즌 제주는 중요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경험을 쌓았다.
제주가 진짜 '강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내년이 더 중요하다. 조 감독의 말대로 올해의 아쉬움을 반성하고,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조 감독이 만든 토대 위에, 예전 같은 리빌딩이 아닌 클래스를 높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중심에는 2017년 쌓은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은 중요한 순간, 제주를 일으키는 힘이 될 것이다. 단언컨데 올 시즌 제주는 실패하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