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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는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막내다. 맏형 이 용(32·전북 현대)과는 열두살차, 띠동갑이 난다.
이승우는 키 1m70 체중 60㎏으로 작고 아담하다. 23명 중 고요한과 함께 최단신이다. 체중도 가장 적다. 그렇지만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당돌하며 당차다. A매치 100경기를 기록한 기성용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함께 하지만 기죽지 않는다.
이승우는 20세이하 월드컵 대표팀에서 백승호(21·지로나)와 함께 간판 스타였다. 당시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연상케하는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에 이은 칩슛으로 축구팬들을 흥분케 만들었다. 신이난 이승우는 댄스 세리머니로 흥을 돋웠다.
그렇지만 '진짜' 월드컵을 앞둔 현재, 이승우는 팀의 막내. 2002년 한-일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의 막내는 심부름꾼이었다. 훈련을 마치면 음료수 박스, 축구공을 챙겨서 대표팀 버스에 타는 게 일이었다. 박지성 이천수 등 한국 축구를 주름잡았던 옛 스타들이 그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세상은 완전히 변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태극전사들은 오로지 운동, 경기력에만 집중하면 된다. 지원 스태프가 다 알아서 해준다. 고참이고 막내고 똑같다.
그렇다고 이승우가 기성용 손흥민 등과 맞먹을 수는 없다. A매치 경험과 연륜,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차이가 난다.
이승우에게 현재 월드컵대표팀에서의 하루 하루는 꿈과 같다. 그는 "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눈치도 봐야 할 처지다. 고참 형들의 분위기를 잘 살펴야 한다. 보스니아전 완패 후 형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이승우에게만 날아간 질책은 아니었다. 이승우는 "형들의 질책은 당연하다. 태극마크가 쉽지 않았다. 책임감을 더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형들의 얘기를 잘 따르겠다"고 했다.
이승우는 요즘 미디어 상대로 인터뷰할 때 매우 차분하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등번호 10번, 중요치 않다. 자신감도 부담감도 없다. 즐기면서 잘 하겠다. 대표팀에서 죽기살기로 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잘 해야 한다."
요즘 이승우는 두살 형인 황희찬(22·잘츠부르크)과 친해지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스타일이 다르지만 팀내 소장파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결국 이승우와 황희찬이 중심이 되는 시간이 올 것이다.
레오강(오스트리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