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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지만, 축구는 결과다. '과정이 중요하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이겨야 사는 월드컵, 현실 축구에선 결과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일본 닛칸스포츠에서 1985년부터 월드컵 등 축구 주요 현장을 취재해온 고이치 오기시마 편집위원은 이례적으로 니시노 감독을 향한 사과 칼럼을 올렸다. 칼럼 타이틀은 이랬다. '당신을 믿지 않았습니다. 니시노 감독, 미안합니다.'
오기시마 위원은 '솔직히 나는 콜롬비아를 이길 거라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비기기만 해도 잘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경기 초반 상대가 10명이 되면서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부정적이었습니다. 지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었고 내 칼럼은 오직 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물론 축구의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는 것이죠. 콜롬비아전, 지난 경기들의 끔찍한 패배들은 마치 거짓말과도 같았습니다'라고 썼다. '사령탑' 니시노 감독의 전술은 눈부셨다고 인정한 후 '미안합니다. 당신 덕분에 일본의 열기가 되살아났습니다. 축구에 흥미가 없는 이들, 축구과 무관한 이들도 월드컵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태극전사들이 남은 멕시코, 독일전에서 비난의 십자포화를 쏟아부은 이들이 미안해질 만큼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으면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