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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긴요, 웃으면서 축하 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는 묘하게도 어두웠다. 환호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날선 구호가 울려 퍼졌다. 최근 아산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아산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1983년 창단된 경찰체육단은 국방부에서 경찰청에 지원하는 의무경찰(의경) 병력의 일부다. 정부는 2023년까지 5년간 매년 20% 비율로 의경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폐지 절차 중 아산을 포함한 체육단 폐지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5일 이사회를 열고 선수 모집 중단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아산의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산은 이와 관련해 최근 연맹에 공문을 보내 "경찰청이 선수 모집을 중단하기로 한 만큼 연맹이 결정하는 방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존폐 위기 속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앞둔 박 감독. 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울지 않겠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력으로 정상에 도달했다. 오늘은 우승 트로피를 받는 날이다. 많은 팬 앞에서 큰 박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싶다. 선수들, 코칭스태프가 잘한 내용만 얘기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아산은 마지막까지 투지를 선보였다. 후반 30분 상대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연달아 두 골을 꽂아 넣으며 2대1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종료 후 우승 세리머니에 나선 박 감독과 선수단. 그들의 눈은 붉게 충혈 돼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눈물 흘리지 않았다. 약속대로 환한 웃음을 선보였다. 이명주 주세종 안현범 등 주축 선수들은 한 입 모아 "우승이 정말 기쁘다. 목표를 이뤄 즐겁다"며 웃어보였다. 박 감독 역시 "웃으며 축하 받고 싶었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자랑스럽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존폐 위기에 놓인 아산. 하지만 홈 피날레에서 만큼은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아산 선수단과 팬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아산의 미소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