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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의 자리는 없었다.
벤투 감독 역시 그의 활약을 눈여겨봤다. 지난 8월 한국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9월과 10월, 연달아 이승우를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하지만 11월 대표팀에서는 이승우를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왜 벤투호에 부름을 받지 못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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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이 이승우를 제외한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벤투 감독은 "더 중요한 고려 요소는 이승우가 속한 포지션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는 점이다. 같은 포지션에 능력 좋고, 공격에서 활약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경험 많은 선수가 포진해 있다. 지난 소집 때는 이승우를 발탁했지만, 많은 활용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다. 벤투호 미드필더진은 '역대급'으로 봐도 무방하다. 기성용(뉴캐슬) 손흥민(토트넘) 이재성(홀슈타인킬)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두루 포진해 있다.
이승우는 일단 초반 경쟁에서 이들에게 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9~10월 A대표팀에서 단 7분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에서 후반 38분 손흥민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게 전부다. 이후 칠레, 우루과이, 파나마전에서는 줄곧 벤치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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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승우는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 벤투 감독은 "추후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며 '일단 보류'를 선언했다. 이승우가 벤투 감독의 구상에 맞아 떨어진다면 다시금 불러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승우는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다. 러시아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아시안게임처럼 '또래' 선수들과 뛸 때는 매우 위력적이다. 빠른 발과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하지만 연령대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체력이 약하고, 몸싸움을 즐기지 않는다. 또 수비력도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성인 무대에서의 경험도 부족하다.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 면면을 보면 이청용(보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군단이 즐비하다. 이승우도 어린 시절부터 유럽리그에서 뛰며 경험을 쌓았지만, 성인무대 기준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벤투 감독은 11월 명단을 통해 '이승우라는 기대감만으로는 더 이상 대표팀에 승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제 남은 건 자력갱생 뿐이다. 향후 팀 내 활약이 중요하다. 스스로 벤투호에 도움이 되는 '카드'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승우가 기로에 섰다.
축구회관=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