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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경남)=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저희 팀 응원하러 왔어요. 영국 가기 전에 감독님, 동료들, 도와주신 분들께 인사 드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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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프랑스 랭스에서 펼쳐진 프랑스여자월드컵 조별예선 최종 노르웨이전(1대2 패), 최전방 이금민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90분 내내 그녀는 쉴새없이 달렸고, 틈만 나면 슈팅을 쏘아올렸다. 결국 감각적인 뒤꿈치 패스로 여민지의 만회골을 도우며 대한민국의 유일한 골을 빚어냈다. 경기 후 이금민은 눈물을 쏟았다. 이런 월드컵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노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축구의 문이 닫히는 듯했던 그날, 창문이 열렸다. '월드클래스' 지소연에게 프랑스 랭스 구단 관계자가 명함을 건네며 '17번 이금민'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이금민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팀이 패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무조건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곧이어 '캡틴' 조소현이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잉글랜드 맨시티가 영입을 원한다"는 구두 오퍼를 전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이적 절차가 시작됐다. 맨시티행이 현실로 다가오자 고민이 시작됐다. "소연언니, 소현언니와 상의했다. '맨시티보다 약한 팀에 가서 적응부터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뭘 준비하지' 막막해 하는 이금민에게 '잉글랜드 7년차' 지소연은 "뭘 걱정해? 그냥 부딪치면 돼!"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웠다. 이금민은 "언니들의 조언이 도전을 결심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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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민의 이적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어용국 경주한수원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은 이금민의 도전을 지지했다. 구단 고위층의 의사 결정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류명석 경주한수원 단장은 "이금민은 우리 팀 핵심전력이다. 이적 후 전력 차질도 예상된다. 한국 여자축구와 개인의 성장을 위해 구단주(정재훈 사장)가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당장의 성적보다 여자축구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보내야 한다고 하셨다"고 빠른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구단의 진심에 이금민은 마지막까지 혼신의 골로 보답했다. 이적협상이 한창이던 7월, 이금민은 WK리그 6경기 중 5경기에서 무려 9골을 몰아쳤다. 1일 인천현대제철전(2대4 패) 멀티골을 시작으로, 4일 창녕WFC전(4대1 승) 쐐기골, 15일 구미스포츠토토전(1대1 무) 선제골, 18일 수원도시공사전(5대2 승) 멀티골, 22일 보은 상무전(3대0 승) 해트트릭까지 골 폭풍이 이어졌다. 11골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2경기 연속 MVP로 WK리그를 마무리하고 맨시티를 향하게 됐다. 이금민은 "팀에 정말 고마웠다. 최대한 승점을 쌓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나고 싶었다. 몸 사리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들, 동료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했다. "WK리그에 온 후 두자릿수 득점은 올시즌이 처음"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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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L 첫 시즌, '대한민국 원톱' 이금민의 각오는 또렷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근성을 보여주겠다. 당장 주전이 아니라도 좋다. 무조건 경기를 뛰면서, 이 선수는 단 5분이라도 꼭 써야 하는 선수, 틀림없이 뭔가를 보여주는 선수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다"고 했다. "월드컵에서처럼 잉글랜드리그는 생각보다 더 강할 것이고, 한국 공격수인 나를 더 강하게 대할 것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간다"고 강조했다.
맨시티는 지난해 FA컵, 리그컵에서 2관왕에 올랐지만 리그에서는 아스널에 밀려 준우승했다. 올시즌 우승을 목표 삼고 이금민을 영입했다. 지소연의 첼시, 조소현의 웨스트햄과 '코리안더비'도 기대를 모은다. 이금민은 "언니들이 승부욕이 정말 강해서 안봐줄 것같다. 진짜 피터지게 붙을 것같다"며 웃었다.
4년 후 월드컵,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위한 도전이다. '2010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인 이금민은 "축구를 배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개인능력이다. 개인능력이 받쳐줘야 감독님과 팀이 요구하는 전술을 소화할 수 있다. 개인의 성장, 발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전을 통해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발전하길 원한다. 내년 도쿄올림픽에도 꼭 나가고 싶다. 선후배들과 함께 '최초 진출'을 꼭 이뤄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이번 월드컵 같은 기억을 두 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 국민들께도, 선수들 스스로에게도… 그래서 이렇게 도전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금민은 28일 밤 메디컬테스트를 위해 맨시티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 현지에서 비자를 받는 대로 맨시티 프리시즌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합천(경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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